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앞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사징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사 징계위를 구성할 수 있는 조항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서울행정법원의 윤 총장 직무정지 효력 중단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양측 법적 다툼이 다시 장기전으로 들어섰다.
한겨레는 헌법소원에 대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자, 징계의 절차적 문제를 계속 제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이 징계위 의결에 따라 해임 등 중징계를 재가해도 소송을 통해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겨레는 또 “윤 총장 위헌소송은 ‘시간벌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가처분 소송을 통해 당장 10일로 예정된 징계위를 연기시키는 등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라 분석했다. 나아가 “지난 1일 (법원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뒤) ‘헌법정신 수호’를 언급했던 윤 총장이 자신에 대한 징계 문제를 헌법적 이슈로 확대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아래는 5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8개 1면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국면 전환용 ‘문책성 개각’”
국민일보 “김현미 결국 아웃… 문, 국토부 등 4개 부처 개각”
동아일보 “김현미 교체… 추미애는 남았다”
세계일보 “김현미 전격 경질… ‘민심 달래기’ 개각”
조선일보 “김현미는 바꾸고 추미애는 남겼다”
중앙일보 “‘김’ 보내고 ‘추’ 남기고 문 대통령 마이웨이 개각”
한겨레 “[커버스토리] 그 이방인은 왜 범죄자가 됐나”
한국일보 “부동산 민심 불끄기, 김현미 결국 아웃”
‘판사 사찰’ 논란 언급 대폭 줄어, 수사도 중단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 제5조 2항 2·3호를 문제 삼는다. 징계위원 7명 중 장·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을 장관 지명 검사 2명,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사람 3명으로 구성토록 하는 조항이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 징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도 하고, 징계위원 대부분을 지명·위촉하는 식으로 과반수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법무부는 4일 서울행정법원의 윤 총장 직무정지 효력 중단 결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직무정지 명령의 핵심 근거였던 ‘판사 사찰 의혹’을 언급하는 기사는 대폭 줄었다. 사회적 화제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가운데 판사들 사이에서는 부적절한 문건의 실체를 밝혀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에 윤 총장 징계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오는 7일 열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3일 “대검찰청이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3일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이번 의혹과 관련해 내부망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관한 침해 우려 표명 및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 촉구’라는 원칙적 의견을 표명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고 글을 썼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로부터 받은 감찰 기록 중 ‘판사 사찰 법리검토 보고서’가 누락됐다고 반발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이정화 파견검사는 ‘윤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이 어렵다’는 취지의 1·2차 보고서를 썼고,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삭제 지시 후 형사처벌과 별도로 ‘윤 총장 측의 문건 입수경위에 따라 징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담긴 3차 보고서를 편철했다. 윤 총장은 이들 보고서가 다 전달되지 않았다며 언론에 밝혔다.
한편 이 의혹과 관련한 대검찰청 수사는 중단됐다.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던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수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문제 문건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법무부에 전달됐다는 진술이 나오는 등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며 “감찰3과 소속 연구관 2명은 지난 3일 허 과장을 찾아가 ‘문건 유출자로부터 지휘를 받을 수 없다’며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반격’ 거듭에 길어지는 싸움
양측은 여러 갈래로 쟁점을 확대해 다툰다. 4일 국회에 출석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논란이다. 윤 총장 헌법소원 제기 소식에 이용구 차관은 “효력정지가 나올 턱이 없고, 이것이 위헌이라면 그동안 징계받은 사람들 어떻게 하려고. 일단 법관징계법과 비교만 해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이종근2’라는 대화명이 “네^^ 차관님”이라고 답했다.
대검 형사부장인 이종근 검사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남편이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을 보좌하는 참모가 당연직 징계위원과 부적절한 소통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 조선일보는 법조계 인사들이 “‘당연직 징계위원(이 차관)과 징계를 밀어붙여 온 당사자들이 대화방을 만들어 그 문제를 논의한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한다”고도 했다.
이 차관은 이에 “옛날에 이 부장이 장관정책보좌관을 할 때 그 번호로 전화가 왔고 저는 ‘이 부장 휴대전화가 2개인가’ 하고 ‘이종근2’로 저장했다”며 “(이종근2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장 측도 “이 차관과 대화방을 개설하거나 텔레그램 대화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민심 달래기 개각 단행
4일 단행된 4개 정부 부처 개각은 ‘민심 달래기’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는 등 민심 이탈 조짐이 보여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에 전해철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지명했다.
언론 관심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받아 온 김현미 국토부 장관 교체에 쏠렸다. 동아일보는 변창흠 후보자에 “김현미보다 센 후임 온다”며 “‘부동산 투자로 얻은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학자 출신 공공주택 전문가”라고 밝혔다. “규제와 증세를 강화해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세금 규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망했다.
‘월성 1호기 원전 자료 삭제’ 공무원 구속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한 혐의를 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언론은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한 검찰 수사가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과 부하 직원(서기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자부의 월성 1호기 내부 자료를 임의로 삭제해 감사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산다. 2018년 4월부터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난 2018년 6월15일까지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대폭 낮춰 ‘원전을 계속 돌리는 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압력을 넣은 실무진으로도 알려졌다.
이들은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와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향후 백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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