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란 출신 김민혁군 아버지도 난민 지위 인정해야” - 한겨레

법원 “김군 아버지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하라”
“서로 유일한 가족…‘가족결합권’ 인정해야”

김민혁군이 2019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아버지의 난민지위 불인정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란 출신으로 미성년자 아들 김민혁(18)군과 함께 종교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으나 아들과 달리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법원이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아버지 ㄱ씨는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된다. 고3인 김군은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받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는 지난달 27일 ㄱ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ㄱ씨가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으리라는 공포가 인정되고, 가족결합의 원칙에 의해 ㄱ씨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할 인도적 필요가 있다”며 ㄱ씨에 대한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ㄱ씨와 아들 김군의 사연은 2018년 김군의 중학교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 및 1인 시위로 널리 알려졌다. 2010년 사업차 한국에 입국한 ㄱ씨 부자는 지인의 권유로 성당을 다니게 되면서 천주교로 개종했고, 이 때문에 이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지자 난민 신청을 했다. 국교가 이슬람인 이란에서 개종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군의 친구들은 김군의 난민심사를 앞두고 “친구가 공정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국민청원을 넣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김군은 2018년 난민지위가 인정됐지만 ㄱ씨에 대해서는 “(본국에서) 박해를 받게 될 거란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난민지위가 인정되지 않았고 이에 ㄱ씨는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의 개종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상황에서 ㄱ씨가 이란으로 갈 경우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8개월간 교리교육을 거쳐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는 등 천주교 개종에 대한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며 “ㄱ씨 부자의 개종 사실이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란 당국이 ㄱ씨 부자의 개종 사실에 주목할 가능성이 상당하고, 당국의 적대적 관심 대상이 된 이상 이란 내에서 위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또 미성년자 아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가족결합권’(가족이 함께 살면서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 따라 아버지 ㄱ씨 또한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ㄱ씨 부자는 개종 이후 이란의 가족들과 절연한 상태로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라며 “미성년자인 김군에게 난민지위가 인정됐음에도, 아버지인 ㄱ씨의 난민인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난민불인정처분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용인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군은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판결을 받고) 되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승소 뒤 아버지가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라며 기뻐하셨다”라며 “다시 난민 인정 신청을 해야 하지만, (이번엔) 인정될 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의 법률대리인도 “이번 판결이 최종확정되면 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불인정 처분은 취소되고,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ㄱ씨가 재신청해야 한다”며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 신청자가 받고 싶어하는 (난민인정) 처분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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