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동의 여권 영문(로마자) 이름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표기와 다를 경우 이를 수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A군(7)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성명변경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A군의 부모는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2014년 A군을 낳았다. 이들은 프랑스 행정기관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영문 이름을 프랑스식 표기법으로 기재했고, 2달 뒤 한국 여권을 신청할 때에도 프랑스의 출생증명서상에 기재된 것과 같은 이름 표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여권 발급 업무를 대행한 서울 종로구청은 해당 표기가 여권법상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표기를 수정해 여권을 발급했다.
A군의 부모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여권상의 이름 표기가 달라 초등학교 진학 및 전학, 공항 이용 등 생활에서 큰 불편과 어려움을 겪었고, 2020년 벨기에로 이주한 이후에도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서울 종로구청에 여권의 영문명 표기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수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했고, A군의 부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여권법이 로마자 성명 수정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외국 정부가 이름 변경 전후로 해당 여권 소지자의 동일성을 식별하기 어려워져 한국 여권의 대외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고, 한국 국민들에 대한 사증(비자) 발급이나 입국심사 등이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여권의 대외신뢰도는 로마자 성명이 변경됨으로써 외국 정부의 한국 국민에 대한 출입국심사 및 관리에 어려움이 초래되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을 뿐, 여권의 로마자 성명과 가족관계등록부상 한글 성명의 로마자 표기가 일치하는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정상 수정이 허용된 경우에 한해 범죄 등 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변경 전과 후의 로마자 성명을 병기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여권의 대외신뢰도 확보라는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 등의 여권법 시행령상 변경 사유 규정에는 “외국에서 장기간 생활해 사회관계가 형성된 경우도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며 “아동의 복지를 고려할 때 이(A군의 경우)를 성인이나 유학기간이 긴 청소년 등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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