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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보다 자율규제기구 먼저 만들자 - 한겨레

[기고] 언론 불신 문제 해소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는 이미 충분히 다뤄졌으니 여기서 말을 보탤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제는 단순히 법 개정을 멈추라는 요구 이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소동의 핵심에는 언론의 품질과 신뢰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이 모처럼 우리 사회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동시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언론의 품질에 불만을 갖고 있음도 확인됐다. 대의민주주의 작동의 중요한 전제인 언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구보다 이 문제를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 언론사를 책임진 분들이다. 하지만 언론 자유 후퇴를 걱정하는 성명을 낸 것 외에 뭔가를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언론 불신의 문제는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 단순한 정파성 문제를 넘어선다. 전통 언론과 인터넷 언론을 통틀어 경영난을 겪는 곳이 많다. 조회수 경쟁은 기본이고, 시장 논리와 무관한 운영이 이뤄지는 곳도 많다. 포털 제휴를 고리로 이뤄지는 문제적 거래도 적지 않다. ‘언론’과 ‘유사 언론’을 구분하기 어려우니 모든 문제는 ‘언론 전체’로 귀결된다. 이 상황에 정말 잘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의 공론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비현실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언론 자율규제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한다. 언론 피해와 불만을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언론사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일관성 있고 신속한 피해 구제와 언론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언론사 전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가 있다. 여기에 방송만 참여하면 ‘언론’ 모두를 포함하는 자율규제기구를 만들 수 있다. 각종 사업자단체에 가입한 곳부터 참여하되, 법적 요건을 갖춘 언론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재가 누적되면 퇴출하면 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언론 스스로 참여한 기구이니 더 신속하고 엄격한 조치가 가능하다. 문제 사례를 신속하게 회원사들에 전파해 유사한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 기존의 자율규제기구들처럼 봐주기식 결정이나 내리면 무용지물이다. 두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기구를 공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게 하는 것과, 참여하는 언론사들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각종 기금 지원은 물론 ‘미디어 바우처제’를 만들면 거기도 이 기구 참여와 제재 준수를 반영할 수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긴 제휴 심사를 이 기구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언론’이라면 이 기구에 참여하고 일정한 윤리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언론이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고 불만 처리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대신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움직였다. 타율규제 강화로 언론 품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약발이 통할 때까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다. 언론단체들도 ‘위헌 결정 받으면 그만’이라고 버틸 일이 아니다. 법안 처리나 위헌 논의와 별개로, 언론은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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