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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삼성, 어용노조 활용 진성노조 방해' 재차 판결, 이유는? - 한겨레

[뉴스AS] ‘노조 와해 혐의’ 형사재판에 이어 민사서도 인정
어용노조 무효 소송 ‘노조 파괴’ 인정해…손배소·헌소 남아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에버랜드에 어용노조를 만들어 진성노동조합 와해 행위를 벌였다는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앞선 형사재판에서 노조 와해 행위자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데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유사한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의 노조 파괴에 관련해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노동조합법 관련 헌법소원도 각각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직 미전실 임원 유죄 판결문에 드러난 ‘노조 와해 행위’
법원이 삼성그룹 차원의 에버랜드 노조 파괴 행위가 있었다고 최초 판단을 내린 것은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2011년 6월~2018년 3월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파트 총괄임원 등으로 근무하면서 에버랜드 진성노조인 ‘삼성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업무방해, 노동조합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 당시 에버랜드 인사지원실장에게도 징역 10개월이 선고됐고, 노조 파괴에 관여한 전·현직 에버랜드 임직원 10명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이 복수노조 제도를 활용, ‘진성노조가 설립될 경우 어용노조를 통해 교섭을 무력화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진성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회사의 제안으로 어용노조 위원장을 맡은 직원 임아무개씨는 회사 지시에 따라 노조 설립 신고를 하고 한국노총에도 가입하는 등, 노조 활동에 관해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고 보고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피고인들이 진성노조를 설립하려 한 이들을 ‘문제 인력’으로 분류한 뒤 미행·감시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는 한편, 조장희 현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부장에 대한 징계해고를 한 혐의도 사실로 인정했다. 당시 1심은 “미전실 인사지원파트 등이 삼성노조 조기 와해 및 대항노조 설립·운영이라는 포괄적 계획을 세워 실행체계를 구축했고, 피고인들은 각자가 맡은 역할분담에 따라 그 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고, 2심 역시 “삼성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전실과 에버랜드 인력을 동원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며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민사도 “에버랜드 노조는 어용노조”…삼성은 “드릴 말씀 없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2부(재판장 김순열)가 지난 26일 ‘에버랜드 노동조합’ 설립무효 소송에서 원고인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도 앞서 나온 형사사건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노조 설립의 배경, 어용노조 설립 과정에서 미전실 등의 역할, 노조 파괴 행위를 수행한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 및 노조의 자주성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에버랜드 노조는 노조의 실질적 요건인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 설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에버랜드 노조 쪽은 “노조 설립 당시에는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지만, 2015년께부터는 회사의 지배·개입 없이 노조로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노조 2기 위원장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가 회사 주도 하에 이뤄진 데다 현재까지도 해당 위원장이 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에버랜드 노조가 회사와 대립하는 노조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토대로 “변론종결일 현재 사용자의 개입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춘 노조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박다혜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부당노동행위로 설립된 노조는 노조법상 노조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미 관련 형사사건에서 에버랜드 노조는 정상적 노조가 아니라 사용자의 노조 파괴 전략 중 하나로 세워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버랜드 노조가 스스로 해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해 4월 정부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에버랜드 노조가 회사의 어용노조에 불과하다는 판결이 재차 나오는 것과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가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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