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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노출한 보호관찰관의 '전자발찌 수사권' - 한겨레

경찰 → 보호관찰관으로 ‘수사권 이전’ 석달 만에 사건 터져
야간외출 위반 2차례 소환 예고만…경찰과 밀착 공조도 미흡
서울권 1명 배치 등 인력 보강했지만 전문 수사 경험은 없어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 감독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아무개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 감독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아무개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 훼손자를 보호관찰소 공무원이 직접 수사하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시행 3개월 만에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들을 살해한 강아무개(56)씨 사건이 발생해 새 제도의 실효성과 허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자발찌 부착자가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보호관찰소에서 직접 수사에 나서도록 지난해 12월 법이 개정돼 지난 6월부터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제도가 시행됐다. 과거 보호관찰관이 감독 대상자의 위법행위를 포착해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추가 범행이 발생하거나 재범 빈도가 높아진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법 개정이었다. 법무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자감독 집행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과 업무 경험을 갖춘 특별사법경찰관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씨에 대한 감독을 전담한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전자감독 실무를 맡았던 6명의 보호관찰관이 모두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직접 자수에 이르기까지 수사권을 행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뚜렷한 수사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씨는 성폭력 범죄를 포함해 전과 14범의 강력범이고, 앞서 지난 6월1일에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해 일주일 뒤인 같은달 7일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강씨가 자택에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다음날인 지난 27일 그는 또다시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어겼다. 두번째 위반이었지만 당시 강씨의 자택 쪽으로 출동한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은 현장 도착 전 강씨가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해 소환 조사 예정만 전화로 고지한 채 돌아갔다. 첫번째 피해자가 발생한 직후였기에 보호관찰소 쪽의 적극적인 감독 행위가 있었다면 추가 범행을 막았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강씨의 경우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한 시간이 20분 남짓으로 짧은 편이었다. 이럴 경우 보호관찰관이 처벌 필요성을 판단하게 되는데 강씨가 곧바로 귀가한 상황이라 자택 내부를 수색하거나 체포 등을 할 근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강씨가 지난 28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에는 수사만 전담하는 광역수사요원이 추가 배치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직원 2명은 강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30분이 지나 훼손 장소에 방문했고 인력 사정상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관찰소에서 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최초로 검찰에 신청한 시점도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6시간이 지난 27일 밤 11시 이후였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호관찰관의 전문성을 담보로 수사권을 갖게 됐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강씨의 전과 경력 등을 파악하고도 단순한 전자발찌 훼손, 일상적인 도주 정도로만 봤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보호관찰관으로서 더 밀착해 수사에 나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관 제도가 시행됐지만 수사 경험이 없는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인력 보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권역별 보호관찰소에서 전자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보호관찰관들이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다 경찰과 검찰로부터 수사 관련 교육을 받긴 했지만 정기 훈련이 아닌 일회성 교육에 머물렀다. 법무부 관계자도 “전자감독 사건 처리 경험이 있는 경찰관에게 7개 권역 특별사법경찰관들이 7회 교육을 받았고, 대검찰청에서도 온라인 교육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 남짓 흐른 시점이기 때문에 수사 역량이 숙달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수사 업무 인력 보강을 위해 광역수사요원도 6명을 새로 채용했지만, 이들 역시 전문 수사 경험이 없을뿐더러 숫자도 적어 서울권에도 1명의 요원이 배치된 상황이다. 경찰과의 협업도 원활하지 못했다. 보호관찰소 쪽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던 경찰은 강씨의 죄명(강도강간, 강도상해)만 인지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강씨가 직접 자수한 29일 아침 전까지 5차례 강씨의 주거지를 찾았지만 살인 혐의를 포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재 파악에 집중했기 때문에 강제로 주거 수색을 하는 등의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과 (검거를 위한) 정보 공유가 충분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소재 발견 요청만 한 것이지 전과 14범이라거나, 두차례 성범죄 전력이 있다는 것 등은 경찰도 정확히 알지 못했고, 없어진 사람 소재를 파악하는 정도로 사건을 여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도 지난 30일 전자감독대상자 재범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장현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전공 교수는 “인력 동원이 가능한 경찰과의 공조도 중요하다.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가진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현재 대상자가 어디에 있을지 추적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잘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예지 강재구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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