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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한 마디에 위험직감···동주민센터 직원, 죽어가던 50대 독거남성 살렸다 - 경향신문

A씨 집 안 내부. 양천구 제공

A씨 집 안 내부. 양천구 제공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위험을 직감한 동주민센터의 관심이 죽어가던 독거남성을 살렸다. 이 남성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돌봄SOS센터에 등록된 주민도 아니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은 ‘취약계층 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한 계좌확인을 위해 대상자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만 들릴 뿐 통화연결은 계속 되지 않았다. 담당공무원은 그래도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그때부터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까스로 연결된 통화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주스”라는 한 단어였다.

수화기 너머 힘겹게 내뱉는 A씨의 말 한 마디에 위급상황임을 직감한 그는 신정3동 주민센터 돌봄매니저와 방문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즉시 A씨가 거주하는 집으로 출동했다. 겨우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인 것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50대 남성 A씨였다. 그는 현관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집 안에는 냉방기기조차 없었다.

현장 출동 인력은 A씨에 대해 응급조치를 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A씨는 심한 당뇨를 갖고 있었으며 알코올중독 환자였다. 끼니를 챙길 여력이 없어 열흘 이상 밥을 먹지 못해 저혈압, 영양실조까지 겹쳤다. 그는 의료진의 질문에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기력이 약해져 있었다.

A씨는 알코올중독으로 가족과의 관계도 나빠져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다. 사실상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장년 1인가구’인 셈이었다.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신정3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자가 우연히 들은 “주스”라는 말 한 마디가 꺼져가는 생명을 살린 것이다.

신정3동 돌봄SOS센터는 119와 협력해 보라매병원 응급실까지 함께 동행해 A씨의 입원절차를 대신 진행했다. 추가 검사 과정에서 A씨도 몰랐던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면서 A씨는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돌봄SOS센터는 수소문 끝에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던 A씨의 가족도 찾았다. 신정3동 동장 등 직원의 설득 끝에 A씨의 가족은 그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기로 했다. 또 보호자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A씨를 보호가 가능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급신청도 진행하기로 했다.

돌봄SOS센터는 또 주거편의서비스 제공기관과 연계해 공무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로 가득 찬 A씨의 집안을 청소하는 등 주거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김수영 구청장은 “앞으로도 내실 있는 맞춤형 복지정책 추진 등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통해 ‘고독사 없는 양천’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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