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대학 교수 등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과거에 박 시장에게 쓴 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피해자 측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23일 오후 피해자가 2016년과 2017년 박 시장의 생일과 2018년 박 전 시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즈음에 전달한 세 장의 자필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게시물은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에 의해 공유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 전 비서관, 오 전 실장,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피해자가 업무시 시장 생일에 제출한 생일 편지를, 그것도 실명까지 오늘 SNS에 올렸다”며 “피해자를 공개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민 전 비서관은 실명을 공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23일 오후 10시쯤 “김 부소장과 실명 노출을 한 것처럼 기사화한 뒤 정정보도와 사과를 하지 않은 기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편지는 김민웅 교수가 지난 23일 “민 전 비서관의 공개 자료다”라며 본인의 SNS 계정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김 교수의 계정에도 이름을 가린 편지만 게재돼 있다. 김 교수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사진을 게시할 때 정확히 보지 못하고 짧은 시간 노출했으며 (실명을 공개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름이 있었느냐 여부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24일 기자가 편지를 게시한 취지를 묻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최근 장관 후보자들이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권력형 성범죄로 예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박 시장 지지자들이 신분을 마구 노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번 게시글도 변호사 등의 자문을 구해 최소한의 부분만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편지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2차 가해에 해당하며, 피해자다움이 없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부소장은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언급할 수도 없고 가까이 갈 수도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의 행동을 좁게 설정해 ‘피해자다움’을 적용했다”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는 2·3심에서 모두 배척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웅 교수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바 없다”며 “양측 주장 사이에 모순이 발생해 시민으로서 질문을 던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편지가 공유되는 경로도 문제라고 피해자 측은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서울시 안에서 업무상 보관되던 자료를 전 비서관들 쪽에 유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며 “민 전 비서관이 경찰과 인권위에 제출한 편지가 실명도 지워지지 않은 채 김민웅 교수 측에 전달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서울시에서 전달 받지 않았다. 손편지는 업무상 보관하는 성격의 자료가 아니다”라며 “김 교수에게는 내가 전달한 것이 아니라 모른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들이 하는 행위를 보면 박 시장은 사망했지만 박 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실명 공개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8일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 등 SNS를 통해 피해자의 실명과 소속 직장명을 공개한 박 시장 지지자들을 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이들이 피해자의 이름·직업 등 인적사항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했던 김민웅 교수는 24일 오전 피해자가 근무할 때 누군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추가로 SNS에 게시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가) 정확히 누구와 대화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며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명 공개 등과 관련해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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