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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위탁업체, 콜센터 상담사 자리 뜨는 시간까지 순위 매겨 수당 지급” - 한겨레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 기자회견
위탁업체 ‘쥐어짜기’ 운영 자료 공개…인센티브 앞세워 ‘무한 경쟁’
콜 수 따라 차등 지급 체계에 “대충 상담하고 끊어야 임금 더 받아”
지난 6월16일 낮 서울 서대문네거리 인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몸자보를 입고 건보공단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6월16일 낮 서울 서대문네거리 인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몸자보를 입고 건보공단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대신해 고객센터 상담사를 간접고용하고 있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노무비 일부를 따로 떼어 업무 시간에 가장 적게 자리를 비우는 상담사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쥐어짜기’ 운영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이런 상황에 대해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한 임금 체계”라며 관여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는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탁업체가 상담사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인센티브라는 명목으로 마땅히 지급해야 할 직접 노무비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면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공개했다. 건보공단 상담사들은 건강보험료 등 건보공단 주요 서비스를 고객에게 안내하는 구실을 하지만 건보공단이 업무를 위탁한 11개 민간업체에 간접고용되어 있다. 건보공단이 업체에 상담 서비스를 맡기고, 상담사 인건비에 업체 이윤을 얹은 금액을 지급한다. 앞서 건보공단은 1인당 상담사 노무비를 평균 220만원으로 맞출 것을 지난해 업체 선정 공고 때부터 명시했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월 최저임금 수준인 180여만원만 상담사들에게 기본급으로 주고 나머지 30만원은 경쟁을 벌여 인센티브 수당으로 받아가도록 했다. 올해 월 최저임금은 209시간 근무 기준 182만2480원이다. 고객센터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민간위탁업체들은 ‘생산성 프로모션’, ‘친절하시네요 프로모션’, ‘상품권 프로모션’ 등 콜 수와 고객만족도 평점을 기준으로 상담사들을 줄 세워 각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수당에 차등을 뒀다. 콜 수를 가장 많이 채운 상담사는 5만원, 가장 적게 채운 상담사는 1만원을 주는 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를 고용하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상담사 노무비의 일부를 떼어 경쟁 수당으로 제시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를 고용하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상담사 노무비의 일부를 떼어 경쟁 수당으로 제시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특히 민간위탁업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횟수가 가장 적고 상담 전산처리도 가장 빠른 상담사 10명에게 상품권 5천원을 지급하는 ‘최소 이석+후처리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체는 이 프로모션 안내사항에 ‘목표콜 120개 이상, 자리 옮기기 및 상담 처리 20초 이내인 자’로 프로모션 대상자를 한정한다고도 적기도 했다. 이는 화장실 시간도 줄여서 일하고, 상담 전화도 빠르게 끊도록 압박하는 장치로 보인다. 고객센터지부는 “상담사들이 (공단이 책정한) 직접 노무비 가운데 일부만 기본급과 수당으로 받고 나머지는 콜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 받는다”며 “서울의 한 고객센터는 지난 1월 59명 상담사 가운데 51명이 공단 책정 노무비를 밑도는 임금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객센터지부는 이어 “급여를 남들보다 많이 받으려면 민원 상담에 집중하기보다 빨리 대충 상담하고 끊어야 한다”며 “콜 상위자와 하위자를 묶어 조별로 임금에 차등을 두고 조에 결근자가 있으면 조 전체 임금을 삭감하는 식으로 옆에 앉은 사람을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를 고용하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상담사 노무비의 일부를 떼어 경쟁 수당으로 제시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를 고용하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상담사 노무비의 일부를 떼어 경쟁 수당으로 제시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하지만 건보공단은 민간위탁업체의 이런 쥐어짜기식 임금 체계를 방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민간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위탁업체의 임금 체계에 관여하지 않는다’거나 ‘임금 지급 방법 등은 업체의 고유 권한으로 인센티브 운영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임금 체계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업체 평가항목에 ‘노무비 지급 및 보상체계의 적정성’을 제시하고도 이런 인센티브 제도에 개입하지 않은 데 대해선 “전체 노무비를 적정하게 지급했는지 확인하는 것이지 개인별로 노무비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가 공개한 서울제1센터 상담사의 지난 1월 임금총액(왼쪽)과 공단이 책정했다는 인건비(오른쪽) 비교 현황. 공공운수노조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가 공개한 서울제1센터 상담사의 지난 1월 임금총액(왼쪽)과 공단이 책정했다는 인건비(오른쪽) 비교 현황. 공공운수노조 제공
고객센터지부는 인건비 외 업체 이윤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고 쥐어짜기 운영을 하는 등 중간착취가 끊이지 않는 간접고용 구조를 끝내고 공단이 상담사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019년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했지만 건보공단은 민간위탁업체 간접고용을 그대로 남겨뒀다. 올해 고객센터지부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세 차례에 걸쳐 파업하자 건보공단이 뒤늦게 고객센터지부와 정규직 노조와 협의하는 ‘사무논의협의회’를 꾸렸으나, 아직까지 논의가 진전된 것은 없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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