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은경의 관행 주장 일축 “金, 靑과 협의 원하는 사람 내정후
자료제공 등 사전지원 하게 해… 형식적 공모로 지원자에 박탈감
前정권 공기관 임원엔 사표 요구… 표적감사하고 형사고발 협박도”
법원은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 공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공석이 된 17개 직위 공모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낙하산 방지법(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거론하며 이 법 제정 이후 최대 규모의 물갈이 인사가 있었다고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불법 행위로 인해 13명의 공공기관 임원이 부당하게 옷을 벗었고, 이미 내정자를 정해 둔 채 진행된 임원 공모에 130여 명이 지원해 억울하게 탈락했다며 조목조목 폐해를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이날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신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에 대해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일체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했던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전 정부 출신 공공기관 임원들을 몰아낸 뒤 공석이 된 17개 직위 중 15곳에 ‘자기 사람’을 심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직위 공모 과정에 불법 개입한 수법을 설명하면서 ‘사전 지원’과 ‘현장 지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정한 15명의 인사를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한 뒤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이 내정자들이 임명될 수 있도록 내부 자료 등을 제공하는 등 ‘사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당락을 결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일부 위원들에게는 내정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며 ‘현장 지원’을 지시했다.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실·국장들은 이 지시에 따라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환경부와 청와대의 ‘내 사람 앉히기’가 은밀히 진행되는 것도 모른 채 해당 임원 공모에는 130여 명이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재판부는 “공모 절차가 진행된 총 17개의 추천위원회 가운데 내정자가 이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참여한 위원들이 80여 명에 이른다”며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것 같은 외관을 위해 형식적으로 추천위원을 동원해 산하 기관의 인적, 물적 재원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직에 내정한 한겨레신문 출신 박모 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신 전 비서관과 김 전 장관이 서류심사 합격자 7명을 모두 ‘적격자 없음’으로 탈락 처리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이 박 씨가 탈락한 것의 책임을 물어 담당 업무를 했던 환경부 공무원을 좌천시킨 것에 대해선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권의 ‘코드 인사’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전 정권 인사를 무리하게 ‘물갈이’하는 불법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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