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화이자사(社)가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한 병당(바이알) 접종 가능 인원은 통상 5명이다. 그러나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하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면 6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고 정부는 예상했다.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안내’지침에도 6회 추출이라고 적혀있다.
막상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시작해보니 그 이상이었다. 추가로 한 명에게 주사를 더 놓는 게 가능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소 잔여형 주사기’(Low Dead Space·LDS)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낸 덕이다.
최소 잔여형 주사기 효과 톡톡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한 바이알의 표기 용량은 0.45mL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사이에서 꽁꽁 얼려 보관한다. 사용할 때는 냉장고로 옮겨 3시간 정도 녹인다. 해동된 용량도 0.45mL로 같다.
화이자 백신은 원액 그대로 주입해선 안 된다. 희석해 써야 한다. 생리식염수 1.8mL가 필요하다. 이에 총 용량을 단순 계산하면 2.25mL다. 하지만 통상 한 바이알에는 표기 용량보다 백신이 조금 더 들어 있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한 바이알 당 용량은 접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분, 이런 것을 고려해 여유분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총용량은 2.25+α(알파)mL가 된다.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은 코로나19 의료진이 관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화이자 한 병으로 7명까지 접종
화이자 백신은 체내에 0.3mL씩 투여해야 한다. LDS는 피스톤(밀대)과 바늘 사이에 남는 공간을 최대한 줄인 특수한 형태의 주사기다. 공간 용량이 0.025mL에 불과하다. 공간 용량 약 0.07mL인 일반 주사기의 35.7% 수준이다.
LDS로 백신 병에서 0.3mL를 추출하면, 실제로는 주사기 속 공간까지 0.325mL가 채워진다. 물론 더 채워진 양이 체내로 주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밀대를 끝까지 ‘쭉’ 밀어도 주삿바늘을 통과하지 못한다. 결국 주사기 속 빈 곳에 남게 돼 버려지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 1병 당 접종인원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간호사 숙련도도 한몫
물론 간호사의 숙련도도 한몫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날 오전 접종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주사기도 좋고, 간호사 기술도 워낙 괜찮아 더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가 있다”며 “1회 접종 용량을 0.3mL로 하면 7명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에 “6명분이 다 안 나오고 5.5명분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며 “‘우리 간호사들 실력이 뛰어나니 믿어도 되겠지’ 생각했다.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AZ 백신도 한 두명 더 접종 가능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접종 횟수가 늘면, 정부 입장에서는 자연히 물량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전날 잔여량을 쓸 수 있도록 접종기관에 공문까지 내려보냈다. 기존 지침으로 정한 추출량을 뽑고도 접종 가능한 양이 남았다면, 폐기하지 말고 맞춰도 된다는 내용이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코로나19 첫 확진부터 백신 접종까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대한 폐기량 줄이려는 노력차원
전문가들도 지금처럼 현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사람(의료인)은 기계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정밀하게 안 뽑힐 수 있다”며 “(만일 한 병당 접종 가능 횟수를 늘리는) 지침을 개정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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