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1년이 지난 2021년, 한국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 한미연합사령관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전시 상황을 통제한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전작권 전환 논의는 2010년대 중반까지 갈팡질팡해왔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은 북한의 반발과 코로나19,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3가지 변수 앞에 불투명한 상태로 놓여있다.
■전작권 전환의 역사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 군을 유엔군에 편입시키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은 그 해 7월 14일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에게 넘긴다.
1970년대 들어 ‘유엔은 한국 편’이라는 생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과 우호적인 제3세계 공산주의 국가들이 대거 유엔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엔군사령관이 갖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가 창설된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관에 이양된다.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1980년대 말부터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미국과 협의가 시작됐고, 1994년 12월 1일 평시(정전 시)작전통제권은 한국으로 전환됐다.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는 2000년대에 본격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군은)아직 독자적인 작전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게 그 시작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미국은 ‘빨리 가져가라’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한국이 ‘당장 가져가겠다는 것은 아니고, 준비가 되면 가져가겠다’며 머뭇거렸다. 정보감시, 정밀타격, 작전기획 등 한국군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컸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자동개입조항이 없어 전작권이 전환되면 전쟁시 미국의 개입이 어려워진다는 반대 여론도 컸다. 논란 끝에 2007년 한미 국방장관은 2012년 4월 17일을 전작권 전환시기로 못 박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늦췄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전작권 전환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피격 등 북한의 군사도발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전작권을 일찍 전환하면,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로 예정돼 있던 전환시기를 아예 없앴다. 그 대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미국과 합의했다. 보수 정부의 성향과 2012년 4월과 1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달성이 2020년대 중반에 가능하다고 봤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무엇?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방식은 한미연합사령부가 미래사령부로 이름이 바뀌고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관을, 미국군 4성 장군이 부지휘관을 맡는 형태다. 흔히 차량의 운전석과 보조석을 바꾸는 것으로 비유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군사능력을 확보했는지(조건1),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조기 필수대응능력이 있는지(조건2), 한반도와 지역의 안보환경이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지(조건3)다.
3가지 조건 중 하나인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확보(조건1)’에는 3단계 ‘검증’이 있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에 대한 검증이다. 2019년 1단계 검증은 마쳤지만, 지난해 진행하기로 한 2단계 검증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로 미뤄졌다.
■올해 2단계 검증…문 정부 내 전환은 어려워
국방부는 오는 3월 초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훈련에서 2단계 검증을 진행하려고 한다. 관건은 미국과의 입장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다. 지난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과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번 훈련에서 북한 변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된 경고를 (남측이) 계속 외면했다”고 연합훈련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대정부질의에서 연합훈련에 대해 “계획대로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미 연합훈련 취소는 북한 비핵화 같은 큰 이슈에서 사용할 카드이지, 현 상황에서 사용할 카드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훈련의 남은 변수는 코로나19다. 연합훈련은 실제 병력이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지휘소 훈련(CPX)이지만, 3월까지 훈련 인원이 모두 백신을 맞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서 장관은 “지휘소를 운영할 때 여러가지 셀을 나눠서 운영한다든가 조편성을 한다든가 하는 운용적인 묘미를 발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지난해 훈련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연합훈련에서 2단계 검증을 마친다고 해도, 문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5월 이전에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단계 검증을 마치면 한미는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설정하고, 목표연도 이전 해에 3단계 검증을 진행하게끔 돼 있다. 물리적으로 목표연도가 2022년으로 설정되긴 힘들다는 의미다.
여기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이 큰 악재로 작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오바마 정부를 향해 “광대한 태평양은 미·중 양국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며 중국을 ‘대국’으로 인정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있었고, 미국은 미국·인도·일본·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로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은 전작권을 쥐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바이든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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