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기후변화]
육식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전세계 교통수단 배출보다 많아
소고기국물은 이산화탄소 10kg
당신이 설연휴에 먹은 소고기의 탄소발자국은?
인간에게 소는 고맙고 미안하고 고민스러운 동물이다. 하품과 방귀 빼고는 다 쓸모 있지만, 소 한 마리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한 해 70~120㎏이고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땅과 물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음력 설이 지나면 진정한 소의 해가 시작된다. 설 당일인 12일부터 태어나는 아기들은 소띠가 된다. 올해는 10간 중 하얀색을 의미하는 신(辛)축년이기 때문에 소 중에서도 하얀 소의 해이다. 십이지 중 소의 방향은 북북동, 시간은 새벽 1~3시, 달로는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신축년을 앞둔 지난해 12월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신축년 소띠해 학술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한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소는 농가의 재산이자 가족의 일원,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 노동력 제공, 제의의 최고 희생물이었다”라고 소와 인간의 관계를 정의했다.
1995년 11월 계룡산 자락 충청남도 공주시 상신리에서 한 남성이 마늘을 심기 위해 쟁기로 밭을 갈고, 여성이 밭이랑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소와 관련된 속담부터 돌아본다. 소의 이모저모를 통찰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소 없이는 농사 못 짓는다’는 건 노동력과 이동수단이었던 소의 소중함을 강조한 표현이다. 농가에서는 ‘목이 가늘고 등뼈가 곧고 다리가 튼튼하고 발굽이 둥글둥글해야 일을 잘 한다’고 분석한다. 깡마른 소를 잘 먹여 살을 붙여 시장에 더 비싸게 파는 게 농가 소득을 올리는 한 방법이었다는데, 이때 ‘소가 뒤집혀졌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소는 말이 없어도 12가지 덕이 있다’는 속담은, 성질이 급하지 않아 웬만한 일에도 느긋한 소의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실제로 도가에서는 소를 평온한 동물로 여겨왔다. 반면 ‘소 죽은 귀신같다’는 속담도 있다. 힘줄이 질기고 우직한 만큼 고집이 센 소와 실제로 고집 센 사람의 성격을 비유한 표현이다. ‘우골탑’이라는 단어는 1960~1970년대 농가 재산 1호인 소를 판 돈으로 마련한 대학등록금으로 세운 대학을 비유하는 용어로, 소 1마리를 판 돈으로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녹여낸 말이다.
지난달 8일 강원도 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9.1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최강 한파를 기록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축사 내 소의 수염에 얼음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 물 30%, 땅 45%가 목축업에 이용
소의 자연 상태 수명은 20~30년이고, 2~3살 때부터 일을 부려 10년 정도 일소로 쓰고 이후에는 가족처럼 마음을 쓰며 대했다. 소와 인간의 동행이 잘 나타나있는 영화 <워낭소리>는 도시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며 2008년 개봉 당시 한국독립영화 최고 관객 기록(292만명)을 갱신했다. 농경 중심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하면서 소는 도시인들의 ‘먹을 거리’로서의 인식이 더 강해지고 있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 하는 속담은 소가 머리부터 꼬리, 뼈, 우유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질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자 가방이나 신발(가죽), 공예품(뿔)으로도 활용되는 고맙고 미안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송아지를 낳은 암소는 약 10년 정도 되면 보통 우시장에서 송아지로 교환하고, 고기는 주로 수소를 도축해 먹고 있다. 수년 간 젖을 짜다 젖이 줄어든 암소도 역시 결국엔 고기용으로 도축된다. 소는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200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섬의 벌목 현장. 전 세계적으로 목축업을 위해 열대우림이 1초에 4천㎡씩 없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소가 먹는 유전자조작곡물을 키우기 위해 밀림을 없애고 경작지를 만드는 행위를 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더 빠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EPA연합뉴스
반면 소가 남긴 흔적이 도로 인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영화 <카우스피라시>는 목축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 현실을 고발한다.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면서도 육식을 하는 이들은 위선이고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목축업을 이유로 열대우림이 1초에 4천㎡씩 없어지고 있고, 소가 먹는 유전자조작곡물을 키우기 위해 밀림을 없애고 경작지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화에서는 소고기 450g을 생산하기 위해서 물이 9500리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물의 30%와 토양의 45%가 육식 문화를 지탱하기 위한 목축업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육류, 유제품 소비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계 환경착취 예방의 날인 지난해 11월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비건(Vegan)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과 한국채식연합 회원들이 온실가스 문제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채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육식’을 지목한 바 있다. 실제로 소와 돼지의 트림과 방귀,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넘게 강한 온실효과가 있다. 세계적으로 배출량 1위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이지만, 메탄가스의 열을 붙잡아 지구를 데우는 능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반추동물인 소 한 마리가 1년에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평균 70~120㎏이고 전세계 15억 마리의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합치면 1억500만~1억8천만t에 달한다. 지구 전체 온실효과의 15~20% 가까이를 차지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가량인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보다도 많은 비중이다. 이때문에 기후운동의 방법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겨레> 기후변화팀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 <싸이렌>을 함께 하고 있는 직장인 박소현(24)씨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달은 2019년께 채식을 시작했다. 박씨는 “육식을 위해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고 남용되는 현실은 식량 안보를 둘러싼 전쟁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채식을 통해 기후위기가 심해질 때 예고되는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날이면 먹는 소고기떡국의 재료 소고기 100g의 탄소발자국은 얼마일까. 그린피스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자료를 인용해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설렁탕 한 그릇은 10.01㎏, 곰탕 9.74㎏, 갈비탕 5.05㎏, 불고기 3.48㎏, 육개장 3.01㎏, 쇠고기무국 1.92㎏, 소고기장조림 1.37㎏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전했다. 식품별로 비교해보면 1㎏ 기준 쌀 4㎏, 두부 3㎏, 물고기(양식) 5.1㎏, 닭·오리 등 가금류 6.1㎏, 돼지고기 7.2㎏, 치즈 21.2㎏, 양고기 24.5㎏, 소고기 59.6㎏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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