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라면에 이토록 진심인걸까.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집계를 보면,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한국(74.6개)이 세계 1위다. 일주일에 한번이상 끓여먹는다는 얘기다. 라면 회사가 수없는 실험 끝에 만든 공식 조리법도 있는데 아무도 말을 안 듣는 ‘특이한’ 식품이기도 하다. ‘밥 맛있게 짓는 법’보다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에 1000배쯤은 더 관심이 많다. 최근 떠오른 라면 조리계의 새 논쟁 신호탄은 김상욱 경희대 교수(물리학)가 쏘아 올렸다. 일명 ‘찬물라면 조리법’이다. 지난 2일 김 교수는 페이스북에 ‘라면의 새역사를 열다’는 제목으로 ‘찬물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물을 가열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는 이 방식이 조리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완벽한 면발’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올린 이 글은 8일 만에 공유만 800여건이 넘고 2천여개가 넘는 ‘좋아요’가 찍히는 대박 콘텐츠가 됐다. 추후 김 교수는 “방송사와 유튜브 채널로부터도 여러 연락을 받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국내 대표 라면 ‘신라면’과 ‘진라면’의 봉지 뒷면에 나와 있는 공식 조리법은 이렇다. ‘신라면: 물 550ml를 끓인 후, 면과 분말스프, 후레이크를 같이 넣고 4분30초간 더 끓이면 얼큰한 소고기국물 맛의 신라면이 됩니다. 진라면: 550ml에 건더기스프를 넣고 물을 끓인 후 분말스프를 넣고 면을 넣은 후, 4분간 더 끓입니다.’ 두 라면 모두 물을 끓인 후 스프와 면을 넣도록 돼 있다. 왜 그런지 라면 제조사에 직접 물어봤다. 처음엔 농심도 오뚜기도 “교수님이 웃자고 쓰신 얘기죠~”, “저희는 소비자들의 각종 레시피를 환영합니다”라며 공식 ‘코멘트’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정색하자 두 회사도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농심 쪽은 “찬물 조리법은 문제는 없지만, 교수님 표현대로라면 ‘변인 통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찬물의 온도부터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섭씨 5도든 10도든 찬물이다. 또 집집마다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등의 화력도 다르다. 찬물 조리법은 보편화할 수 없지만, 끓는점 100도씨는 명확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면발’이라는 표현도 김 교수의 개인적 취향일 것이라고 했다. 결론은 “한결같을 수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오뚜기는 직접 끓여본 뒤 비교해 설명했다. 기존 조리법대로 하면 물 끓이기까지 약 4분, 끓인 뒤 면을 넣어 4분을 조리해 모두 8분가량이 걸렸다. 김 교수 방식대로 찬물 550ml에 건더기스프, 분말스프, 면을 한꺼번에 넣고 가열하니 4분20초부터 끓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물이 끓은 뒤 40초 후에 시식했다고 하지만, 오뚜기 쪽은 이 경우 “면이 익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면이 익을 때까지 더 기다렸더니 조리 시간이 7분30초 걸렸다는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화력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지만 시간은 약 30초밖에 줄이지 못하고, 면이 익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해 번거롭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단축되면 증발량이 적어져 국물 맛이 약해진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라면 논쟁에 불붙인 김 교수도 첫 글을 올린 뒤 이튿날 찬물 라면 실험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제대로 실험하려면 우선 면발의 쫄깃한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물리량을 찾고, 그것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방법부터 확보해야 한다. 앞서 다른 사람들이 수행했던 실험도 검토하고, 철저한 변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실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자꾸 나한테 실험 섭외가 오는데, 나는 그냥 호기심으로 해 본 것일 뿐 각잡고 실험할 생각까지는 없다. 아이디어 자체도 나의 독창적 생각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이 해도 무방할 듯하다. 관심 있으신 먹방채널이나 과학 유튜브에서 실험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볼텐데.. 이론물리학자의 귀차니즘인가.. ^^”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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