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재
북한 경수로 사업 참여했던 이중재 전 한수원 사장 인터뷰
이중재(75)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산업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문건 내용을 살펴보니 비교적 자세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식견을 가진 공무원이 작성한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서 탈원전하며 북한 원전 공론화 어려웠을 것"
이 전 사장은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웬만한 직책을 모두 거친 원자력 전문가다. 한국전력공사에서 근무할 때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처장과원자력건설처장을 지냈다.
KEDO 사업처장 등으로 일할 때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의 주역으로 일했다. 현재는 원자력정책연대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자력정책연대는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해 2017년 12월 창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문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냐"
한국과 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협의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드러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사업에 투입된 1조3744억원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언론에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중 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이 전 사장은 산업부가 공개한 ‘원전 건설 2안’인 비무장 지대(DMZ) 추진 관련, “북한에 원전건설 사업을 할 당시 일부 전문가가 개인적으로 DMZ건설 방안을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건설 3안인 ‘신한울 3·4호기 건설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법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송전선로가 DMZ를 통과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이번에 공개한 자료에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시 고려 사항으로 ▶추진 체계▶입지▶노형(원자로 종류)▶사용후 핵연료 등을 적시했다. 이어 과거 신포 KEDO부지 건설, DMZ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뒤 북한 송전 등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 한 뒤KEDO부지 건설을 ‘소요시간과 사업비, 남한 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적었다.
이 전 사장은 “이런 내용은 결코 허무맹랑한 게 아니고 산자부 간부 공무원이 상당한 노력을 해서 만든 것 같다”며 “정부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했더라도 은밀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신희동 대변인이 1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원전 추진 의혹 관련 주장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 합의 없이는 건설 불가능"
그는 “99년 당시에도 북한을 간신히 설득해 경수로 건설 사업을 성사시켰지만, 북한이 핵 동결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며 “대북 경수로 건설 사업은 물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북한과 일을 해서 성사된 게 하나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이 탈원전하는데 공무원이 원전 문건 작성 이해 안 돼"
그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관련 산업은 죽어가고 있다”라며 “원전 산업이 망가졌기 때문에 만약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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