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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 87세대 한계 드러내…교수·지식인이 특권임을 몰랐다” - 한겨레

[창립 33년만에 ‘민교협 2.0’ 선언]
조국사태로 민교협 균열 표면화
말과 행동 불일치에 분노·실망
이를 극복해 민주평등사회 실현

세대와 젠더, 불평등의 문제에
예민한 시각 없인, 설득력 없어

대학내 신분 안정된 지식인 소수
대부분 비정규직…각자도생 몰려
이젠 새로운 운동 주체 세울 때

민교협이 지난 1월1일 국회 앞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교협 제공
민교협이 지난 1월1일 국회 앞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교협 제공
민주화 항쟁의 열기가 뜨겁던 1987년, 대학교수들도 “대학과 사회의 민주화”를 목표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민교협’은 이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인 지식인’과 그들의 사회운동을 대표하는 명찰이었다. 그러나 ‘87년 체제’가 잇단 균열을 일으키면서 민교협도 다른 사회운동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빠진 지 오래다. 2019년 이름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로 바꿨지만,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았다. 그런 민교협이 2021년을 맞아 ‘민교협 2.0 선언’(선언)을 공식 발표하고 혁신 작업에 착수한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 위기가 고조되면서 새로운 민주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교수·연구자들의 실천이 요구되고 있어 무너져가는 대학과 연구공동체를 시급히 재건하겠다는 취지의 선언이다. <한겨레>는 최근 강명숙(배재대)·김진석(서울여대) 민교협 상임공동의장과 천정환(성균관대) 학술교육위원장과의 대면·서면 인터뷰를 통해 선언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민교협 강명숙, 김진석 상임공동의장과 천정환 학술교육위원장.
왼쪽부터 민교협 강명숙, 김진석 상임공동의장과 천정환 학술교육위원장.
이들은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조국 사태’를 민교협 내부의 균열을 표면화한 사건으로 꼽는다. 민교협 회원 가운데 ‘조국 세대’에 속하는 교수들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앞세워 ‘조국 지지’ 목소리를 내고 집단행동도 벌였다. 그러나 이후 세대에서는 “조 교수가 특별히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해도 그 가족이 드러내준 문제가 한국 교육과 사회 불평등의 핵심에 걸쳐 있고,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천정환)는 문제의식이 컸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민주화’라는 말로 어느 정도 한데 묶였던 진보적인 교수·연구자들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진석 교수는 “조국 사태는 민교협 내부에 존재하는 이질성을 드러내는 한편, ‘87세대’가 가진 가치와 철학의 한계를 드러내 보인 사건으로 작용했다. 교수·지식인이 대단한 특권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문제가 되는 것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체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지향점의 변화로 연결된다. ‘민주화’라는 기존 목표에 ‘평등’을 더하려는 움직임이 더해진 것이다. 선언은 ‘민주평등사회의 실현’을 지향점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세대와 젠더,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예민한 시각 없이는 설득력 있는 시민운동도, 새로운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을 깊이 새기고 시민사회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87년 체제의 대학과 지식인상은 이미 현실 세계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거 지식인으로서의 고민과 성찰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안정된 신분과 사회적 명망 따위가 뒷받침됐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에는 신분이 안정된 지식인이 극소수다. 대부분은 비정규직 교수·연구자로 지위와 임금의 차별구조 속에서 각자도생에 내몰려 있다. 선언은 “수도권과 국립대학 일부 정규직 교수들은 안온과 권세를 누리지만, 이는 비정규직 교수와 지역 및 여성 연구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대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남성, 수도권, 정규직 교수’에서 벗어나 ‘신진, 지역, 여성연구자, 독립연구자’ 등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도 꼽았다. 선언에 이은 구체적인 활동으로 민교협은 이달 말께 ‘시국 대토론회’를 여는 한편, ‘한국 사회와 지식인’을 주제로 한 연속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연구자·비정규직·여성 분회를 각각 만드는 등 조직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에 대한 평가, 대선을 겨냥한 사회개혁 의제 제안 등도 준비한다. 강명숙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말로써 사회에 공헌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행동으로 이에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데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크다. 이를 극복하고 연구자들의 역량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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