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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경고장 받은 일본…'군함도 강제동원 인정' 없이 '보완 시늉'할 듯 - 한겨레

2015년 등재 당시 약속 뒤집고 역사 왜곡
유네스코 “내년 12월1일까지 이행보고서”
일본 “역사적 사실 근거해 수정 필요 없다”
“내용 충실히 할 것”…보완 ‘시늉’ 그칠 듯
‘군함도’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섬 하시마. <한겨레> 자료사진
‘군함도’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섬 하시마. 한겨레> 자료사진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당시 권고한 후속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22일(현지시각) 채택했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일본 정부가 왜곡하고 있다며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유네스코의 권고를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고 반기를 들면서도 일정 정도 보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네스코는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일본 정부에게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3곳 중 7곳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등이 있었던 만큼, 이런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라는 불리는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다. 태평양전쟁 시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탄광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많은 사람들이 숨진 곳이다.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2015년 7월5일 사토 구니 당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식적으로 약속을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정보센터 설치 등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유네스코가 권고한 ‘해석 전략’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하시마를 포함해 23곳 모두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알리겠다고 만든 곳이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유명한 관광지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하시마가 아니라 1200km 떨어진 도쿄에 센터를 짓는 것도 논란이 있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6월 일반인에 공개된 센터는 노골적으로 역사를 왜곡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센터에는 사토 구니 일본대사의 발언 말고는 강제동원의 역사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처를 찾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조선인에 대한 전시는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다는 왜곡 전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2015년 7월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한국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15년 7월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한국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유네스코도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점검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6월 7~9일 유네스코가 파견한 독일인 전문가가 센터를 방문했다”며 “현지를 방문한 것은 1명이지만 다른 2명의 전문가도 온라인 형식으로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장점검 등을 거쳐 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각 시설이 전체 역사 기술이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 1940년대 한국인 등이 강제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처가 불충분(insufficient)하며 △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 등이 부재한 점 △ 국제 모범사례에 비추어 미흡한 점 △ 당사국 간 대화 지속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등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유네스코가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극우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결의문이 채택된 것은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사무국을 압박한 영향이 강하다”며 “한국이 전문가들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네스코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유네스코 전문가들 현장점검 때 함께 있었던 가토 고코 산업유산정보센터장은 이 신문에 “한국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수긍하지 않고 한국 쪽 입장만 수용했다”고 말했다. 가토 센터장은 이어 “유네스코는 역사적인 것을 판단하는 지식이 없다. 역사의 심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을 폄훼했다.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 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를 본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 정보센터’ 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를 본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 제공
국제기구의 공개적인 경고인 만큼, 일본 정부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결의문을 채택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 내용을 충실히 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다만 “한국 쪽이 문제 삼는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었다는 점을 계속 주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외무성 간부는 이 신문에 “전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어 수정할 필요는 없지만, 보다 성의 있는 내용으로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센터 전시에 보완은 하겠다는 입장인 듯 보이지만 조선인 강제동원을 제대로 설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결의문 채택에 대해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하게 이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동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결의문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적인 강제동원 인정은 하시마 세계유산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하시마 탄광 등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 자신의 자유의사 △ 민간 기업에 의한 모집 △ 행정에 의한 알선 △ 국민징용령에 의한 동원 등의 유형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징용령에 따른 동원은 일본인에게도 적용된 전시 징용으로 국제법상 강제노역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결의문 초안이 공개된 다음날인 지난 13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재차 강조했다.
산케이신문 기자 “유네스코 관련 질문이다.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확인시켜 달라.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징용이라는 것이 당시 국내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해지고 있었으므로 불법적인 형태로 강제노동을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입장에 변함이 없나?” 모테기 외무상 “없다”
일본 정부는 내년 12월1일까지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023년으로 예정된 제46차 회의에서 이를 검토할 계획인데, 여기서도 ‘경고장’을 받는다면 일본 정부에겐 상당한 국제적 망신이 될 수밖에 없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관련기사 유네스코, 일본 군함도 왜곡에 “강한 유감” 경고장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03183.html 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전시장 공개…“조선인 강제 노역 피해 기린다” 약속 온데간데 없어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949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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