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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다랑논을 지켜주세요” - 한겨레

사라져가는 다랑논
하늘에서 바라본 경남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론. 남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늘에서 바라본 경남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론. 남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연의 모양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흐름대로 지어진 다랑논. 산비탈에 파도가 친 것처럼 물결이 이는 다랑논은 내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둑판식이 아니라 산세를 따라 유려한 곡선을 이룬다. 비탈진 경사면을 개간하여 계단식으로 조성한 다랑논에는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한뼘의 논이라도 더 넓히려 했던 조상의 지혜가 묻어 있다.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든 탓에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논에 풀과 잡목이 자라있다. 남해/박종식 기자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든 탓에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논에 풀과 잡목이 자라있다. 남해/박종식 기자
그중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논은 옥빛 바다를 품고 설흘산, 응봉산 사이에서 조화를 이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전국 다랑논 중에서도 가천 다랭이마을 다랑논은 2002년 ‘자연생태보존우수마을’로 선정됐고, 2005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1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관광객이 찾으며 대표적인 다랑논으로 자리 잡았다. 시엔엔>(CNN)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가 밭으로 바뀌었거나, 풀과 잡목으로 뒤덮여 다랑논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경작을 포기한 다랭이마을 다랑논에 호미가 놓여있다. 남해/박종식 기자
경작을 포기한 다랭이마을 다랑논에 호미가 놓여있다. 남해/박종식 기자
농촌인구 감소와 노년층 증가로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든 탓이 크다. 버려진 논이 늘다 보니 논두렁을 지탱하던 석축은 무너지고 잡초가 자라 다랑논이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김효용 다랭이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65살 이상 노인이라 다랑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사단법인 ‘다랭이 논 보존회’를 만들어 다랑논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랑논의 소멸은 가천 다랭이마을만의 일은 아니다. 경남지역의 밀양 단장면 감물리, 거제 삼거동, 함안 여항면 주서리, 남해 상주면 상주리, 산청 차황면 법평리에서도 농촌 인구 감소로 다랑논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이에 경상남도는 ‘경남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다랑논 지킴이’를 모집하고 있다.
‘경남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로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 경남 함안 여항면 주서리 다랑논 모습. 함안/박종식 기자
‘경남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로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 경남 함안 여항면 주서리 다랑논 모습. 함안/박종식 기자
‘다랑논 지킴이’는 평당 1만원에서 1만5천원의 회비를 내고 다랑논을 분양받아 연간 4회 농사에 참여해 수확한 쌀을 가져가는 것으로, 다랑논 지킴이는 개인뿐 아니라 민간단체, 공공기관, 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 참여를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누리집(blog.naver.com/darangnon)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 탄생한 다랑논의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남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1년 7월 30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2021년 7월 30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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