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인터뷰
“나라 구조 때문에 아들 죽었다 생각
본인 잘못으로 죽었다니…비상식적
아직도 어이없는 죽음들 널려있어
산재 인식 바뀌어야 변화 가능해
정부가 정규직 전환 빨리 해결해야”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윤운식 선임기자 yws@hni.co.kr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아들이 좋아했던 얇은 삼겹살을 구워줬던 전날 밤 꿈 이야기를 했다. “맨날 애 살리는 꿈만 꾸다가 이런 꿈을 꾸기 힘든데….” 현실에서도 그렇다. “좋았던 기억을 물어보면 말할 수 있지만, 사고 이후엔 좋은 생각보다는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살려고 아우성쳤을까, 그런 생각에 더 많이 힘들다”고 했다. 3년이 지났어도 김 대표는 “용균이가 없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10일은 김 대표의 아들 김용균씨(이하 김용균)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협착돼 숨진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책임을 묻는 재판은 1심도 끝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들의 재판을 한번도 빠짐없이 방청하고 있다. 원청은 재판에서 ‘김용균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작업장은 안전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원청의 태도에 ‘분노’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김 대표는 “아들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라의 구조를 알게 됐고, 그 구조 때문에 아들이 죽은 것이라 생각했다”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네들이 일 시켜서 사고가 났는데 ‘시시티브이(CCTV)도 목격자도 없어서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일말의 양심도, 책임도 없는 자세를 보고 너무 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원청이 작업환경이 안전했다고 하는데, 그런데 사람이 어쩌다 죽었겠는가. 사고를 막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인데 본인(김용균)이 잘못해서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비상식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정부 발표 이후 늦어지고 있는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정부가 빨리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규직·비정규직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갈등하게 만들고 있다”며 “같은 회사에서 적절한 대우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비정규직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공공부문에서 민간기업까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해줬으면 좋겠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고용불안 등 대안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9년 10월26일 김용균재단을 창립한 이후 김 대표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아들의 2주기를 즈음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통과를 위해 단식투쟁을 했고, 아들 같은 노동자와 함께 싸우다 중형이 구형된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 김수억과 그 동료를 위해 “이들을 가두려면 용균이 엄마도 가두라”고 재판에서 발언했다. 아들처럼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산재 피해자 유족의 손을 잡았다. 그는 “아직도 국가도 회사도 책임지지 않는 어이없는 죽음이 널려 있고, 나 같은 유족이 싸우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산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만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균의 생일이기도 한 6일부터 3주기 추모 일정이 시작된다. 7일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9일 특별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점검 보고회가 열린다. 기일인 10일엔 김용균이 영면해 있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 추모제와 서울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촛불행진이 예정돼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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