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계엄군 투입 직전 미국에 “사전 발표는 저항 키울 수도” - 한겨레

미 국무부 ‘5·18 관련 비밀문서’ 21건 추가 해제

신군부가 1980년 5월27일 광주진압작전 전날 계엄군 투입 결정을 미국에 알렸으며, 재진입 계획을 미리 광주시민들에게 통보할 경우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통보 없이 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한 사실 등이 거듭 확인됐다. 주한미국대사관이 6일 공개한 미 국무부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 문서를 보면, 1980년 5월26일 월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과 면담한 내용이 나온다. 최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희성) 계엄사령관처럼 차분하고 책임감 있는 이들을 포함한 다수 군 지휘관들은 (광주) 상황이 더 악화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현장 지휘관인 소(준열) 중장에게 도시 재진입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했으며 그는 실제 진입 전 서울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또 “민간인과 일부 간부들은 당초 (광주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사전 통보한 이후 낮에 재진입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다른 이들은 이 방식이 저항 강도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군사행동은 사전 발표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문서는 지난 2017년 4월 부분 비밀 해제된 것으로, 당시에는 “우리는 한국군이 광주를 탈환하기 위한 행동을 오늘밤 자정께 실행할지 모른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었다”는 내용만 공개됐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국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회’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성명서’(1989년)에서 최 실장이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5월26일 “작전이 곧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기밀해제된 문서 중에는 12·12 쿠데타 사흘 뒤인 1979년 12월15일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면담 및 1980년 5월23일 박충훈 국무총리 서리면담 결과 등도 포함됐다. 문서에는 “전두환 본인은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말했다며 최규하 대통령의 개헌 등 정치발전 계획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대목도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한-미 국장급 양자정책대화 계기에 미국 정부로부터 비밀해제된 미국 쪽 문서 사본을 전달 받았다. 관련 문건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공개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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