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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청업체 '정규직'이라니…대포통장으로 임금 떼이는 처지” - 한겨레

정의당 ‘생활쓰레기 민간위탁 비리 보고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외된 ‘청소사무’
직원임금 대포통장 착복하는데…지자체는 팔짱끼기만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민주연합노동조합, 정의당지방의원협의회, 정의당노동본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청소용역 비리 천태만상 보고회’를 열어 임금착복 등 비리 실태를 논의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실 제공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민주연합노동조합, 정의당지방의원협의회, 정의당노동본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청소용역 비리 천태만상 보고회’를 열어 임금착복 등 비리 실태를 논의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실 제공
충북 음성군에서 생활폐기물 처리·운반 일을 하는 윤영철(56)씨는 지난 3월 자신의 통장 명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윤씨는 음성군이 생활폐기물 업무를 떼어 맡긴 민간위탁기관 소속인데, 급여 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업체 대표이사로부터 ‘사내에 신용불량자가 있어 급여 통장을 만들기 어려우니 당신 명의로 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고 통장을 2개 만들었다. 이후 통장 하나는 대표이사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런 요구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대표이사가 관리하던 통장 하나에는 정해진 인건비를 모두 입금해 음성군에 보고자료로 제출하고, 나머지 하나에는 윤씨 몫으로 더 적은 인건비를 입금한 것이다. 대표이사는 이렇게 따로 떼어낸 월급 일부를 통장에 쌓아두었다가 일정 금액이 넘으면 출금했다. 윤씨가 이렇게 해서 떼인 금액은 201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9개월 동안 1650여만원에 이르렀다. 그는 매달 310만~34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는데, 월평균 80만원 안팎의 인건비를 떼인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고객센터)처럼 민간위탁기관 등에 간접 고용된 사례를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라고 보는 대신에 ‘하청업체 정규직’이라고 규정하는 목소리가 공공기관의 정규직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정규직’에 걸맞지 않게 윤씨처럼 현실적으론 취약한 고용관계 속에서 비리에 노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연합노동조합, 정의당지방의원협의회 등은 5일 ‘지방자치단체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용역 비리 천태만상 보고회’를 열어 지방자치단체의 하청을 받아 지역의 생활폐기물 등을 처리하는 민간위탁기관들의 비리 실태를 고발했다. 이런 업체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이른바 ‘3단계 대상’으로 밀리면서 정규직화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연합노조는 지난 4월 인천 부평구와 중구의 3개 업체가 청소노동자 몫으로 책정한 급식비와 복리후생비 7억원가량을 착복했다며 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들 업체가 임금명세서에는 급식비가 포함된 것처럼 적고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거나 빵과 우유만 지급한 뒤 남은 비용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런 비리가 빈번하지만, 하청을 받은 민간위탁기관 소속 노동자들이 회사 쪽의 임금 착복 정황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지자체와 하청업체가 임금과 급식비를 얼마나 책정했는지 알아야 착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임금 명세를 노동자에게 공개하지 않아서다. 김규원 민주연합노조 음성지부장은 “정보 공개 청구로 계약서를 받아낸 적도 있지만 노조가 없는 영세업체는 신원이 밝혀져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이런 정보 공개 청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런 실태를 지자체가 사실상 방치한다는 시의원들의 지적도 나왔다. 장상화 고양시의원은 “업체가 아직 사들이지도 않은 청소 차량에 대해 감가상각비를 책정한다거나 계약서상에 밝힌 차량 가격과 실제 차량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활폐기물 업무가 직영화돼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 자체가 꺾이면서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허옥희 전주시의원도 “지난해 전주시의 청소업무 위탁 계약을 들여다보니 위탁업체가 29명의 유령 직원을 내세워 임금을 착복했고 청소 대행 비용으로 대표이사의 가족 보험료를 내기도 했다”며 “사후정산보고서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데 전주시는 청소를 민간에 위탁했던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사후정산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문제가 된 업체에 전직 전주시 공무원이 총괄반장으로 취업해 일 안 하고 돈만 받아간 사실이 적발됐고 또 다른 업체도 전직 공무원이 취업하는 등 전주시와 업체 간에 오래된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지난 2019년 ‘심층 논의 사무’로 지정해 지자체들이 직영화 타당성을 재논의하도록 분류했다. 공공성이 있고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지자체가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이어서 직접고용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추후 결정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진척은 더디기만 한 상황이다. 김규원 음성지부장은 “각 지역 공무원은 행정 관리 부담과 업체 민원 등의 이유로 직영화를 안 하려는 것”이라며 “지역 기초의원들이 논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챙겨야 하고 비리를 저지른 위탁업체 등의 관리자도 즉각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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