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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구원장 대선 전략 “진보 기득권에도 당당히 맞서야” -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85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인터뷰
‘내로남불·무능·위선’ 평가로 위기
민주당스러운 것 넘어서는 공약 필요
컷오프 뒤 당대표-후보 원탁회의 제안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6월3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6월3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노웅래 민주연구원장(64)은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마포갑 4선 국회의원입니다. 17·19·20·21대에 당선했습니다. 서울에서 4선 국회의원이면 대단한 이력입니다. 노웅래 의원은 <문화방송> 기자 출신입니다. 기자 출신 정치인의 장점은 객관성입니다. 맹목적인 낙관도, 맹목적인 비관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습니다. 정당에 몸담았으면서도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 출신 정치인의 단점도 바로 이 객관성입니다. 정치인의 자기 확신은 열정을 낳고 열정은 기적을 낳습니다. ‘왕자병 정치인’이 성공하는 이유입니다. 노웅래 의원은 왕자병 정치인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대체로 비주류의 길을 걸었습니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정책연구소입니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선거 승리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것입니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전략·정책 사령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민주연구원장에 노웅래 의원이 임명된 것은 송영길 대표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친문 주류’에서 ‘비문 비주류’로 바뀐 것을 상징하는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6월3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어떤 기본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자세히 들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회 기자실을 방문하는 등 세몰이에 나선 시점이었습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확률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89만표 졌다. 이걸 뒤집기가 쉽겠나? 서울에서 지면 대선 못 이긴다. 정권교체 민심이 정권 재창출 민심보다 훨씬 더 크다. 정당 비호감도가 민주당이 더 높다. 이준석 대표가 되면서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야당이 선점했기 때문에 우리는 꼰대 이미지를 뒤집어썼다. 역대 대선에서 우리가 통합하지 않고 이겨본 적이 없다. 디제이피 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안철수와 통합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대상이 없다. 정의당도 지난해 총선 가짜정당 논란으로 엇나가 있는 상태다. 2017년에 탄핵 때문에 우리가 됐지만, 보수와 진보 표를 다 더하면 4~5%포인트 졌다. 내년 대선에 보수가 통합해서 나온다면 우리가 쉽지 않은 선거다. 액면만으로도 그렇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치가 생물이라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민주당의 몫이겠지. 시대정신을 잘 캐치하고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비전을 잘 세우고 공약이나 정책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질문을 조금씩 나눠서 해보겠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진 이유가 뭘까?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왜 이렇게 지지가 낮아졌을까?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우리가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가 부인되고 의심받고 있다. 국민이 우리를 내로남불·무능·위선으로 본다. 공군 여중사 사건을 한 달 동안 조사하고 있다. 무능 그 자체다. 반부패비서관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코로나 위기, 부동산값 폭등, 야당의 전략적 투표로 정권교체 열망이 엄청나게 커졌다. 세대와 젠더 이슈가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불리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인 우리에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마지막 경고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정은 가장 기본이고 시대정신은 개혁이라고 본다. 수구와 개혁의 싸움이다. 개혁은 변화와 혁신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대결이 아니라 이제는 개혁이다. 누가 더 변화하고 혁신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민주정부 4기 출범이라는 비전과 기조도 거기에 맞춰서 가야 한다. 거대 담론보다는 외연을 확장하는,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이런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어 있는데, 좁혀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공약이나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기득권을 깨부수는, 민주당스러운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약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 진영, 진보 진영과도 당당히 맞서 싸워서 잘못된 기득권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공공노조가 반대하는 직무급제는 싸워볼 만하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싸워볼 만하다.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도 마찬가지다. 의사들 기득권 때문에 멈칫멈칫하는데 이런 것도 싸워서 이겨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가 거부하는 기초학력 평가도 해야 한다. 학력 격차를 해소하자고 하면서 기초학력 평가를 안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우리 쪽, 진보 쪽 기득권에 당당히 맞서서 뛰어넘어야 한다. 깨부수고 바로 잡도록 정책과 공약을 준비해야 한다. 시대정신이 변화·개혁·혁신이라면, 과감하게 움츠리지 말고 도전하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 내년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우리의 자세다.” —대선후보 경선 국면이다. 경선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나? “경선 일정 연기 문제로 상처가 많이 났다. 팬덤 현상도 있어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 후보가 계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소환하게 되면 우리 내부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 7월11일 6명의 본선 후보가 정해지면 당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8인 원탁회의를 했으면 좋겠다. 미래담론 공동성명을 당 입장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1박2일 합숙하면서 토론과 유튜브 생방송 같은 것을 하는 것도 좋겠다. 당 관리 하에 질서 있게 경쟁해야 한다. 국민 통합에 의해 혁신을 하는 경선 구도가 돼야 한다. 연합의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누가 후보가 되든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 후보 혼자 독식은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려다가 하지 못한 연정과 통합의 정치를 제대로 해서 정권 재창출의 모멘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 내부적으로 통합의 정치, 연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지도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6년 촛불연대, 탄핵연대에서 탄생했는데 촛불연대, 탄핵연대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있다. “당시 탄핵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의 통합된 힘이 작용한 것이다. 우리 진보 세력만 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의원 60여명이 동참했다. 사실상 전 국민의 뜻이었다. 우리가 촛불 정신을 개혁으로 이어가면서 다 포용하지 못했다.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외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촛불 정신에 의한 개혁이 진행 중이다. 남은 기간에 미완의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이 돼야 미진한 부분을 이어갈 수도 있다.” —적폐청산을 내세워 편 가르기를 하고 정치 보복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있다. “국정농단, 직권남용, 직무유기를 절차에 따라서 처리한 것인데 상대방은 그게 다 편 가르기, 정치보복으로 보이는 것이다. 무게 있게 제도개혁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너무 시끄럽고 거칠게 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180석 갖고 있으면 그냥 제도개혁을 하면 되는 건데 너무 오버해서 자기 정치하는 것처럼 하다가 시간도 많이 끌고 본래의 취지와는 많이 변질한 측면이 있다. 제일 아쉬운 것은 국회 정상화가 안 된 것이다. 국회부의장도 뽑지 못하고 상임위원장 배분도 못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정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에 치중하다가 민생개혁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검찰개혁이 곧 민생개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찰개혁을 너무 거칠고 시끄럽게 하다가 다른 개혁을 다 놓쳤다. 코로나 위기 때문에 못한 측면이 있는데도 검찰과 전면전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가려졌다. 세제개혁, 금융개혁, 공공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까지 가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많은 개혁을 했다. 최저임금제도 하고, 주 52시간도 했다. 최저임금은 주휴수당까지 계산하면 1만원이 넘는다. 민생개혁에 소홀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다. 오이시디에서 경제 운용을 가장 잘한 국가다. 그런데 부동산과 내수가 나빴기 때문에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제는 굉장히 나쁘다.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때문에 엄청난 불만이 있었고 집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됐다. 어쨌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경제지표는 좋았다. 그동안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백신 확보에는 미스가 있었지만, 코로나 방역은 우리가 잘했다.” —잘못한 것은 역시 부동산인가? “그렇다. 무슨 대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크다.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부패비서관 문제, 정책실장 문제 등으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의심을 받았다. 내로남불, 위선,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젊은 사람들이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당내 열성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들도 그렇겠지만 그런 항의를 많이 받으면 의원들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가로막고 제대로 된 결정을 못 하게 한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위축되면 안 된다. 문자 폭탄을 받아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의원들의 몫이다.” —노웅래 의원도 문자 폭탄 받았나? “많이 받았다.” —지금도? “요즘은 그렇지 않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노웅래 의원실 제공
—야당 얘기를 좀 해보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세대교체로 보나, 야권의 혁신이라고 보나?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180석을 확보했지만, 국민은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은 여야를 넘어서 무기력한 정치와 국회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게 이준석 현상을 불렀다. 거기에 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에 의한 전략적 선택이 가세했다.” —야권 후보는 누가 될 것 같나? “지지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높지만, 기자회견 하는 것을 보니 ‘저래 가지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0선에 30대가 당대표를 하는 시대니 어수룩하고 잘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좋게 평가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검찰총장인지 대통령 후보인지 알 수가 없다. 자기가 몸담았던 정부에 대한 분노와 비난을 원색적으로 했을 뿐 왜 대통령 후보로 나섰는지 자기 얘기를 하나도 안 했다. 한계가 있고 불안해 보인다.” —구체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하겠다. 종부세 완화 결정은 잘했다고 보나? “내년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종부세 기준이 2009년 9억원에서 그대로다. 12년 전에 1%를 대상으로 했는데 서울은 내년에 공동주택의 25%가 해당한다. 그래 가지고 선거 치를 수 있겠나?“ —재난지원금을 80%만 줘야 하나, 100% 줘야 하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 진작 목적이기 때문에 100% 다 주는 것이 맞다. 20%를 추리려면 시간·인력 등 행정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 등 기재부 모피아들의 안하무인격 행태는 위험하다. 관료주의다. 기재부 장관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을 뿐인데 마치 행정부를 통할하는 정부 대표인 것처럼 월권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은 당이 주도해서 가는 것이 옳다. 기재부가 당을 무시하고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재부의 행태는 확실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어젠다 선점은 평가한다. 생활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헌법에도 일치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재정 여건 및 기존 복지와의 연계 문제가 있다. 더 논의가 필요하다.“ —20대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다. 대책이 있나? “20대 남성과 여성이 각각 서로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다. 세대와 젠더 이슈가 공정 이슈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과 입법에서 우선 고려해야 한다. 참 어려운 문제다.” —20대 표심을 얻을 자신 있나? “정말 어려운 문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겠다. 내년 대선을 전망한다면? “2002년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한 해에 치렀다. 정치개혁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번에도 20년 만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른다. 정치 대전환이 예상된다. 그런데 후보와 구도가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대로 눈에 보이는데 야권은 그렇지가 않다. 보수가 통합해서 나오면 우리가 쉽지 않다. 변화와 불가측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선거다. 여당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면서도 변화와 개혁과 혁신을 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진영의 기득권과 싸울 때는 싸워서 확실히 딛고 일어서야 한다. 5년 전과는 다른 선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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