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습하고 거리두기 안 되고…'무더위 쉼터' 외면하는 쪽방촌 주민들 - 한겨레

[르포] 쉼터 대신 골목 택한 쪽방촌 주민들 목소리
“거리두기 안 되는 습한 지하서 자는 게 대책인가”
“쉼터 가면 코로나 검사 요구, 잘 가지 않는다”
“바닥에 장판 깔아놓고 쉼터라고…가고 싶지 않다”
서울 밤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21일 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골목에 주민 2명이 더위를 피해 방에서 나와 길가에서 잠을 자고 있다.
서울 밤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21일 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골목에 주민 2명이 더위를 피해 방에서 나와 길가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지하에다 습기도 많고 거리두기도 안되는 곳에서 자라고 하는 게 폭염 대책입니까.” 21일 밤 9시20분께 서울 동자동 쪽방촌 새꿈 어린이 공원에는 주민 11명이 기온 30도를 웃도는 열대야를 피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막걸리를 마신 뒤 술기운을 빌려 잠자고 있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 더위를 피하려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쐐야겠지만, 주민들이 사는 한 평 남짓의 쪽방은 바깥보다 더 덥다. 동자동 골목에서는 가게 문 앞 좁은 공간에 앉거나 누워 잠을 청하는 주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근처 큰길에도 1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쉬고 있다. 이들 역시 근처 슈퍼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연신 물을 마시며 달아나지 않는 더위를 쫓고 있다. 이곳에는 폭염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무더위 쉼터’가 있다. 하지만 건물 지하에 있는 24시간 무더위 쉼터를 가보니 이용하는 주민은 6명밖에 없다. 정원인 10명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ㄱ씨는 “무더위 쉼터는 밤이면 다 닫는 줄 알았는데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있었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주민 ㄴ씨는 “방이 너무 좁아서 열이 쉽게 올라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며 “쉼터에 가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오라고 해서 관리받는 느낌이 들어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는 가운데 쪽방촌 폭염대책은 공허해 보였다. 서울시는 지역 내 대표적인 쪽방촌인 용산구 동자동과 중구 양동에 24시간 운영하는 상시 무더위 쉼터 2개, 주간에만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3개, 야외 쉼터 2개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쉼터의 운영 실적은 초라하다. 24시간 운영하는 2개 무더위 쉼터는 7월1∼20일 모두 45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1일 평균 2.25명이 이용한 셈이다. 주간 무더위 쉼터는 같은 기간 1045명이 이용해 일일 평균 52명이 이용했다. 야외 쉼터는 오후 1∼6시까지만 운영해 주민들의 이용이 제한된다. 주민들이 무더위 쉼터를 찾지 않는 것은 접근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동자동과 양동의 무더위 쉼터 중 1층에 있는 곳은 동자동 쪽방촌상담소에 있는 1개 센터뿐이다. 나머지 무더위 쉼터는 각각 지하 1∼2층, 지상 2층에 있다. 무더위 쉼터 대부분이 한 공간에 여러 주민을 모아두는 방식으로 운영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주민들이 쉼터를 외면하는 이유다. ㄴ씨는 “바닥에 장판 깔아놓고 무더위 쉼터라고 하는데 어느 곳은 텔레비전도 없다”며 “무더위 쉼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이들 무더위 쉼터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정원도 주민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쪽방촌 지원단체 추산 2개 쪽방촌에는 약 1300가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41명에 불과하다. 야외 쉼터를 포함해도 총 101명에 그쳐, 전체 인원 대비 7% 수준이다. 시민단체는 쪽방촌 주민들이 찾고 싶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유지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지금 무더위 쉼터는 단순히 공무원들이 수치로 보여주려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 놓고 주민들이 안 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더위 쉼터가 주민들이 원하는 모습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구시처럼 숙박시설을 대량으로 빌려 한 사람씩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에서 코로나 진단 음성 확인증을 요구하고 있어 쪽방촌 주민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서 무더위 쉼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양동 쪽방촌을 방문해 폭염 속 주민 안전을 점검했다. 이에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등 회원 10여명은 현실적인 폭염 대책 마련을 마련하라며 시위를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Adblock test (Why?)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습하고 거리두기 안 되고…'무더위 쉼터' 외면하는 쪽방촌 주민들 - 한겨레 )
https://ift.tt/3hXRAbE
대한민국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습하고 거리두기 안 되고…'무더위 쉼터' 외면하는 쪽방촌 주민들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