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면접관 철회' 후폭풍…민주당 경선 출발부터 내홍 - 한겨레

‘조국 흑서’ 김 회계사 섭외했다 번복
함께 면접관 내정된 김소연도 사임
정세균 “당원 모독”·이낙연 “사과해야”
이재명 “당 정하는 대로” 수위 조절

최고위원회도 격론…김영배 “사과”
강훈식 “제 불찰…쓴소리 듣기 계속”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흑서>의 저자 김경율 회계사를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관’으로 내정했다가 철회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후보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이 경선기획단 재구성을 포함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계사와 함께 면접관으로 내정됐던 김소연 뉴닉> 대표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임했다. 당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대선 주자 검증을 맡겨 경선 과정을 ‘쇄신’의 계기로 삼으려던 계획은 출발부터 동력을 상실하고, 송영길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다. 정세균 후보는 2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80만 권리당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수습을 해야 앞으로 정상적인 경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사과와 대선경선기획단의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대선경선기획단이 “편파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다”고도 했다. 당 지도부가 대선 경선일정 연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불만까지 더해져 연일 강경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복지국가실천연대 정책협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회계사의 잘못된 주장으로 우리 사회도 민주당도 상처받았고 갈등이 증폭했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율 회계사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우리 (민주당) 입장에선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당이 독한 면접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 보여주겠다는 말씀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당이 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당이 독한 국민면접 하기로 했는데 저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보다는 톤을 조정한 것으로,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김경율 면접관’에 반발하는 다른 후보들을 향해선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국민들이 보실 때 여유 없어 보이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대범하게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면접관 문제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까지 겹쳐져 ‘조국 이슈’를 놓고 불꽃이 튀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김경율 면접관 취소 소동’을 언급하며 “부끄러운 일에 대해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부로서 책임 있게 일 하겠다고 약속드린다. 민주당다움 지키면서 민주당 후보 뽑도록 경선 관리에 만전 기하겠다는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이후에도 다수의 최고위원들은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으로부터 경과보고를 받은 최고위원들 대다수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격론 끝에 경선기획단장이 유감 표명을 하고 지도부가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회의 후 브리핑에서 “강훈식 단장이 국민면접과 관련해 강 단장이 과정상 시행착오가 있던 점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오늘 지도부에 그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강 단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회계사가 (조 전 장관 일가의 펀드 의혹과 관련해) 유죄를 단정 짓고 공격해왔던 부분에 대한 논란을 살피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다만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어 극복해나가는 것이 대선경선기획단으로서 역할이고,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변화 흐름을 보여드리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며 “국민의 다양한 쓴소리를 듣는 과정으로 대선 경선을 만들어야지 혁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쓴소리 듣기’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