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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의 '가족 검증'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 한겨레

배우자 검증 필요에 후보들 공감
결혼 전 문제 포함두고 의견 갈려
결혼보다 후보 개입 여부가 핵심
“권력 남용한 부분 있는지 중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사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사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검증 문제를 놓고 여당 대선주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결혼 뒤 후보와 연루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대통령 배우자도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므로 검증에 예외가 없다고 반박한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과 그 가족이 어느 정도로 도덕성 검증을 받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이 지사를 포함한 모든 대선 후보들과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엄격한 검증의 대상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당선 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외교 활동을 하는 데다 그를 지원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이 지사도 1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우자라고 검증을 빼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결혼하기 전 아무 관계도 없는 시절의 얘기는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결혼 이후엔 가족으로서 동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결혼 전 배우자의 과거사에까지 후보자 본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김씨가 결혼 전인 2007년에 쓴 논문 표절 의혹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당 후보들은 배우자의 결혼 전 문제까지도 도덕성 검증 범위에 포함해 엄격하게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고 대통령의 가족 또한 국가의 얼굴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들춰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분이 어떤 분인가는 당연히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기독교방송> 인터뷰에서 “공적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에 부인은 보통 사람의 프라이버시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본인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 쪽도 “(결혼 전과 후의) 시기를 나눠 도덕성 검증을 해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후보의 배우자를 포함해 도덕성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검증 소재가 많은 이 지사가 과도한 검증을 경계하고 이를 다른 후보들이 반박하는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선 후보 가족에 대한 검증도 ‘후보자의 관여 여부’를 밝히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지만, 검증의 범위를 결혼 전후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결혼 전에 있었던 김건희씨의 논문이 잘못됐을 때 윤 전 총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장모든 처든 (후보자) 본인이 검찰 권력을 남용한 부분이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후보자) 본인의 연루 여부가 중요하다”며 “결혼 전 문제는 가족이 되기 전 이야기로 ‘가족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윤 전 총장 장모의 의료법 위반 혐의도 행위 자체보다는 과거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데 윤 전 총장이 관여했는지가 검증의 핵심이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결혼 전의 죄는 사하고 이후의 것만 다루자는 선을 누가 그을 수 있겠나. 그건 불가능하다”며 “실체가 무엇인지 국민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 (후보자가 위험성을) 안고 출마를 고려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금 한창 입길에 오르는 결혼 전 직업을 둘러싼 문제를 건드리는 건 적절치 못하다”면서도 “다만 명백하게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면 당선 이후에도 대통령 배우자 신분으로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주변 검증이 격화할수록 정작 대통령 후보자 본인의 비전이나 정책을 따져볼 공론의 장이 좁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준 교수는 “후보자와 직접 연관성이 있는 문제는 검증을 강화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족 검증이) 주가 돼선 안 된다”며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와 관련된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새로운 링과 게임을 만들지 못하니 거꾸로 과거 얘기만 나오는 것”이라며 “대선을 이것만 가지고 치를 수는 없다. 대선후보들이 새로운 의제를 내놔야 새로운 논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배지현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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