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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관리자 성희롱 신고…회사는 '계약 종료' - 한겨레

지게차 운전했던 직원 토로
“관리자가 내 몸 촬영하고 희롱
다른 관리자들은 신고 방해”

회사가 계약 끝났다며 내보내자
노동부에 성희롱 피해 신고
쿠팡 “철저하게 조사했다”

쿠팡 물류센터 외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쿠팡 물류센터 외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현장 감독관이 계약직 직원을 몰래 촬영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는 신고가 고용노동부에 접수됐다. 피해자는 사내 신고창구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조사를 맡은 인사팀이 사진 등의 증거를 확인하고도 성희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은 조사를 마친 뒤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피해자를 회사에서 내보냈다. 1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경기도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지게차 운전을 맡던 계약직 직원 ㄱ씨는 지난 5월 노동부 평택지청에 쿠팡에서 일하며 겪은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다. ㄱ씨가 평택지청에 낸 의견서를 보면, 현장 관리자 ㄴ씨는 지난해 12월 업무 중인 ㄱ씨의 전신과 상반신 등을 몰래 촬영해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ㄱ씨에게 보냈다. 먼 거리에서 줌을 확대해 찍은 사진들이어서 ㄱ씨는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ㄱ씨는 “야간조 작업을 하고 있던 새벽 2~3시에 ㄴ씨가 아무 말 없이 내 사진을 보내왔다. 몰래 찍힌 내 모습을 휴대전화로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의견서에는 ㄴ씨가 ㄱ씨를 특정 동물에 비유하며 ‘수컷들이 달려들면 큰일’이라는 등의 말로 희롱하거나, 손을 잡는 등 원치 않는 접촉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ㄱ씨는 “9개월, 12개월 등의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계약직은 (정규직) 관리자들에 대해 완전히 ‘을’의 입장이었다. 당황스럽고 화가 났지만 면전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들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참다 못한 ㄱ씨는 지난 2월 부서 상사에게 ‘사내 절차를 통해 피해를 신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인사팀에 신고가 접수된 건 두 달 뒤였다. ㄴ씨의 동료인 다른 관리자들이 신고를 방해했다는 게 ㄱ씨의 주장이다. 부서 상사들은 ‘다른 관리자와는 이야기하지 말라’, ‘출근하면 바로 내 사무실로 오라’는 등의 지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ㄱ씨의 인사팀 방문과 신고를 막았다고 한다. 일부 관리자들이 따로 불러 ”ㄴ씨가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조사할 테니 기다리라”며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만 할 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팀에 신고가 접수된 뒤 ㄱ씨는 ㄴ씨가 보냈던 사진을 비롯해 그가 “앞으로 이런 일 다시 없을 것이고 미안하다”며 사과한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인사팀은 오히려 ‘ㄱ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용의 설문을 ㄱ씨의 동료들에게 돌렸다. 결국 조사는 ‘성희롱 성립하지 않음’으로 결론 났다. ㄱ씨는 인사팀에 항의했지만, 인사팀 직원이 “그냥 기각이다” “결과만 알면 됐지”라며 설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ㄱ씨는 4월 말 회사로부터 ‘계약 자동 종료’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5월 회사를 나왔다. 성희롱 피해에 대해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한 ㄱ씨는 불면증 등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ㄱ씨는 “나를 제외한 관리자와 인사팀이 모두 한 편이라는 무력감이 들었다. 회사는 처음부터 계약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신고를 뭉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ㄱ씨의 평가 점수가 재계약 요건에 못 미쳤다는 입장이다. 쿠팡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물류센터가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외딴곳에 떨어진 채 소수의 감독관이 대다수 계약직·일용직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는 물류센터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에 유독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물류센터 직원들의 직위를 비정규직부터 총괄 매니저까지 6단계로 나누어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 쿠팡의 한 계약직 직원은 “아래에서 2단계 직위인 ‘캡틴’만 해도 비정규직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추천할 수 있는 ‘프로모션’ 권한을 갖고 있어 계약직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라며 “관리자들의 부당한 지시에도 토를 달거나 문제를 제기가 몹시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 등 단호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이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 사안을 인지한 즉시 신고자와 피해상담, 목격인 진술과 시시티브이(CCTV) 영상 확인 등을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한 노동청의 조사가 있을 경우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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