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노인 ‘그레이그린’ 유럽선 이미 활동
60+ 기후행동 준비모임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60+ 기후행동' 출범 선언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그레이그린’(친환경 목소리를 내는 노인층) 바람이 불까. 사회 각 분야의 60대들이 모인 ‘60+ 기후행동’이 출범했다. “노년은 수동적이지 않다”며 정부·정치인·기업에 함께 기후위기 현실을 반성하고 변화해가자고 제안했다. ‘60+ 기후행동’은 23일 오전 서울 가톨릭회관 7층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노년이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60+ 기후행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자신들이 기후위기의 “원인제공자”이며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해서 물려주는 것이 노년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직격탄을 받을 미래세대에 대한 미안함을 이야기하고 반성부터 했다. 이들은 “인류 문명이 지금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다. 전세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빼앗긴 미래를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들은 미래세대의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인류 문명이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노년들이 전환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질러온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자 한다”라며 출범 이유를 밝혔다. 나아가 정부·정치인·기업 등에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장기 비상사태의 심각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2050 탄소 제로 목표 달성 위한 구체적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을 향해서는 “정치의 본령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있다”면서 “양당 정치, 선거제도 등 현실 정치가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진정한 공화정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녹색당 등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소수정당이 양당제 정치 현실에서는 정책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기업에는 “생산력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생명, 자연이 지속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60+ 기후행동' 출범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단상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 오지혁 대표가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수동적 이미지로 그려졌던 노년의 시민들이 청년·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노년은 수동적이지 않다. 무기력하지도, 퇴행적이지도 않다. 모든 세대와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말로 대표된다. 이 단체는 23일 밤 기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해 온 60대 이상 시니어 524명과 성베네딕도회 올리베따노 수녀회 수녀 106명이 ‘60+ 기후행동’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김승옥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국장 등이 참여한다. ‘60+ 기후행동’은 기후위기 운동이 먼저 성장한
유럽·미국 등에서 번지고 있는 ‘그레이그린’ 운동 흐름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2019년 9월 설립된 독일의 ‘미래를 위한 할머니’는 나무를 심고 팟캐스트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가 설립됐고,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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