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4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45개 동물 관련 단체의 대표가 전날 “개식용 금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 가면을 쓰고 개고기 금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개 혀?”
수년 전 만 해도 가끔 듣던 질문이었습니다. 개고기를 먹느냐는 물음인데, 같이 먹으러 가자는 뜻이기도 했죠. 물론 그 전에는 묻지도 않고 그냥 보신탕집으로 데리고 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최근엔 저 질문을 거의 못 들었습니다. 개고기를 드시는 분이 줄어든데다, 몰래 드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친구 중 하나도 가끔 보신탕을 먹는데, 가족들도 모르게 혼자 먹으러 간다고 합니다. 개고기 식용은 이미 한국에서 사실상 사라진 문화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개식용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한 때 최고의 프랑스 여배우이자 동물보호 운동가 브릿지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했기 때문이죠.주요기사
이에 “프랑스도 푸아그라를 먹기 위해 거위를 학대한다,” “달팽이까지 먹는 민족이다” 라며 ‘문화적 상대성’의 개념으로 설명한 반론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은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개식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라는 것이죠. 문화 수출 상품인 한류의 세계화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서구의 눈에 야만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서구의 동물보호운동단체가 ‘의자 빼고 다리 넷 달린 것은 다 먹는’ 중국을 비판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직 선진문명국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브릿지 바르도가 갑자기 한국의 개고기문화를 비판했을 때도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이었습니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선진문명국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비판을 했다는 것이죠. 거꾸로 보면 서구는 1988년부터 한국을 문명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2017년4월, 대선운동 기간 중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과 만난 문재인 후보. / 뉴스1
2017년4월, 대선운동 기간 중 유기견 센터를 찾은 안철수 후보 / 동아일보DB
지난해 기준 반려견 가구가 500만을 넘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애견 인구가 1000만 가량 되고 유권자만 7~800만 명이 되겠죠. 이 때문에 정치인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권자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거운동에 반려동물이 본격 등장한 것은 2017년 대선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강아지들을 만나는 행사를 가지며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선 주자 중에는 윤석열 후보가 자신이 키우는 유기견 출신 강아지들과 찍은 사진들을 SNS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7일 김부겸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보고받고 “이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발언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제 ‘뇌피셜’로는, 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으로 G7 회담에 참가했을 때 외국 정상 누군가로부터 “한국은 아직 개를 먹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하지 않았을까…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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