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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화장실'과 '여성 화장실'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 한겨레

성소수자, 장애인 등 차별 없는 ‘모두의 화장실’
성공회대, 설치 추진에 난항
성 중립 화장실의 입구. 위키미디어 커먼스
성 중립 화장실의 입구. 위키미디어 커먼스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전윤선(54)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에게 공중화장실은 좀처럼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공간이다. 전 대표는 “다른 여성들보다 체격이 큰 편”이라 주로 남성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한다. 외출할 때는 기저귀를 챙기고 배변 욕구를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안 될 때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문제는 ‘남성 화장실’과 ‘여성 화장실’로 나뉜 출입구 앞에서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번은 지하철에서 남성 활동지원사와 여성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그 안에서 난리가 난적이 있어요. ‘성추행범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거죠. 결국 활동지원사가 저를 도와줄 수 없다고 일을 그만뒀어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설치된 ‘모두를 위한 화장실’.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설치된 ‘모두를 위한 화장실’.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전 대표는 공중화장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라고 했다. 전 대표는 성별 표시도 없고, 장애인용 시설도 있는 1인 화장실을 한 쇼핑몰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자주 이용했다. 하루는 한참을 기다려도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 문을 두드리니 한 사람이 나와 사과했다고 한다. “저는 사실 성소수자인데요, 누군가 저를 불편해할까 봐 이곳을 몰래 사용했다가 밖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못 나가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전 대표는 “한국에서도 공공장소에 한 곳 정도는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설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와 남성 활동지원사도, 성소수자도 모두 눈치를 안 보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바로 ‘모두의 화장실’이다. 성별·나이·성 정체성·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화장실이다. 한 칸에 대·소형 좌변기와 소변기, 장애인 편의시설과 거울, 세면대를 지닌 1인 화장실이다. 성별 구분을 없앤 ‘성중립 화장실’보다 더 확대된 개념의 공간이다.
문봄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인권국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학교 내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할 것을 촉구하는 1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문봄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인권국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학교 내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할 것을 촉구하는 1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최근 성공회대에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캠퍼스 내에 모두의 화장실 한 곳 설치를 추진 중인데, 학내 일부 반대 여론을 이유로 예산권을 쥔 학교본부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필요한 5000만원의 예산 중 총학의 참여예산 1500만원을 제외한 3500만원을 학교본부의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인권현안을 논하는 회의기구인 인권개선협의회 등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성공회재단 쪽에서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모두의 화장실 설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비대위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과 평화의 대학을 자칭하는 성공회대가 화장실로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는 상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학교를 비판했다.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이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보호자와 동반하는 노인, 영유아 등 공중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리컵을 이용하는 여성도 한 공간에서 세척이 가능하기에 모두의 화장실이 편리하다. 생리컵을 사용하는 성공회대 학생 조은지(19)씨는 “소수자를 위해 등록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것은 한 번도 화장실 사용에서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한 자의 무지다. 화장실 사용은 기본권이자 인권”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우려에 대해서 비대위와 학생들은 모두의 화장실의 경우 1인용 화장실이라 타인을 마주칠 일 없다고 말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씩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 학우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는 대책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에서도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고, 스웨덴 공공화장실의 70%이 성중립 화장실인 만큼 외국에서는 성별 구분없는 화장실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과천시장애인복지관 등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와 민간건물에 설치돼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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