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을 했던 이정화 검사는 이날 외부 감찰위원들 앞에서 “박은정 담당관이 삭제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류혁 감찰관도 박은정 감찰담당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사과하세요”고성 오간 감찰위
감찰위원들이 ‘류혁 감찰관 패싱 여부’를 질의하자 류 감찰관은 “11월 초까지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은정 담당관은 “장관이 보안 유지를 지시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심지어 박 담당관이 류 감찰관을 향해 “날 망신주는 겁니까. 사과하세요”라며 언성을 높이는 일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이정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는 박 담당관의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은정 담당관은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이 검사가 박 담당관의 면전에서 “(삭제) 지시하셨습니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는 지난 29일 ‘판사 성향 문건과 관련해 윤 총장은 죄가 안 된다’고 분석한 자신의 보고서를 박 담당관이 윤 총장 수사 의뢰 당시 기록에서 삭제했다고 폭로했다. 이 검사는 박은정 담당관의 남편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법무부 차출’ 사실을 알려준 평검사이기도 하다.
한 참석자는 “사실상 대질 심문 분위기였다”며 “심지어 검사들끼리도 이견이 팽팽했다”고 전했다. 류 담당관은 감찰위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의견을 말씀드릴수는 없다”면서 “정말 마음이 아플뿐”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징계부당” 뜻모은 감찰위
결국 이날 참석한 7인의 감찰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직무배제, 수사의뢰는 부적절하다”고 뜻을 모았다.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이유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소명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라는 취지에서다. 다만 3명의 감찰위원들은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수사의뢰에 대한 절차 뿐만이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더 강한 내용이 담긴 소수 의견을 냈다.
윤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손경식 특별변호인도 이날 발표에서 ‘절차 파괴’를 문제삼았다. ▶법무부가 감찰위 규정을 임의로 개정한 점▶지난 8월 시작된 감찰이 사실상 감찰위를 ‘패싱’한 채 감찰이 강행돼 온 점 ▶윤 총장 비위 혐의를 뒷받침하는 징계청구사유에도 실체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감찰위가 끝난 뒤 “법무부장관은 여러차례 소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했다”고 사실상 감찰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김수민‧김민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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