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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지방선거 여당 압승 이틀 뒤 한수원 '도둑 이사회'…월성 1호기 조기폐쇄 어떻게 이뤄졌나? - 조선비즈

입력 2020.10.21 14:17

산업부, 文 탈원전 선포 1년 맞춰 결정하도록 한수원 압박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15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후 이틀 뒤였다. 월성 원전 조기폐쇄는 문재인 정부가 급하게 추진한 탈(脫)원전의 가장 상징적인 결정으로 꼽힌다. 동시에 에너지 정책이어야 할 원전 논의를 완전히 이념 갈등으로 틀어지게 한 기폭제가 된 ‘사건’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앞서 공개된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 등을 종합해 재구성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은 경제성을 명확하게 따지기보다 정권 지시에 따라 매우 정치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원래 2012년 11월까지만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56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했고 지역 주민들도 연장 가동에 동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운전하도록 가동 연장을 승인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이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월성 1호기)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라고까지 하며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자 발전소 이용률은 40%까지 떨어졌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 모습./연합뉴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정확히 1년 후, 여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그 이틀 뒤인 6월 15일 한수원은 예정에 없던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안건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이사들에게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공문(公文)으로 이행을 요청했다"며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고 1시간 20분의 짧은 회의 끝에 표결을 강행했다. 한수원 노조가 ‘도둑 이사회’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사회 결정 직후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지방선거 직후라는 묘한 시점에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연 것에 대해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어제(6월 14일)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조기폐쇄 결정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후속조치"라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경제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내세운 근거 역시 조작된 결과라는 점이 드러났다.

한수원 이사회가 열리기 석 달 전인 2018년 3월, 한수원이 작성한 자체 분석 보고서에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이 즉시 정지했을 때보다 3707억원 이득이라고 평가됐다. 그런데 두 달 뒤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에선 계속운전 이득이 1778억원으로 줄었고, 산업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이 모여 회의한 뒤 나온 보고서에는 계속운전 이득이 224억원으로 더 줄었다.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 전망치를 낮추는 등 입맛에 맞게 가동 이익을 산정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계속운전에 따른 이익이 가동 중단보다 크다는 결론은 유지됐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래픽=조선일보 DB
한수원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딱 1년 되는 시점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린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라고 물었고,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결정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백운규 장관에게 전달됐다.

백 전 장관은 즉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과 함께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산업부는 한수원에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1주년 이전에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한수원은 2019년 9월 원안위에 영구 정지 허가 신청했고, 야당은 국회에서 조기폐쇄 결정 관련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내린 이 결정은 국회 공방 끝에 결국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지만,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들의 결정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들이 이익을 취하거나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국민과 모(母)회사인 한국전력 주주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힌 것은 명백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내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종 결론은 내리지 않았지만,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수원에 가동 중단을 압박했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다른 대안 검토 없이 정부 지시만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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