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입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해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추석은 일 년 중 설과 함께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입니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교정 시설에 수감 중인 수감자들은 다를 것 같습니다. 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출소일일 테고, 또 한편으로 기대를 갖고 기다리는 날이 바로 가석방 기념일일 것입니다. 가석방 업무지침을 보면, 가석방 기념일은 1년에 딱 5일입니다. 3·1절, 부처님 오신 날, 광복절, 교정의 날,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이 기념일은 어떻게 선정된 것일까요. 그리고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은 왜 가석방 기념일에 포함되지 않는 걸까요? 먼저 가석방 개념부터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가석방은 징역이나 금고형으로 수형 중에 있는 사람 행실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이 뚜렷해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두산백과)입니다. 형법에선 무기징역자의 경우 20년, 유기징역자의 경우 형기 3분의 1이 지난 뒤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수감자가 가석방되려면 달마다 수감자가 속한 교정기관에서 예비심사를 거친 뒤 가석방심사위원회 적격 여부 심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일반 가석방에 견줘 기념일 가석방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매달 있는 정기 가석방 대상은 형기 10년 미만 수감자에 국한되지만, 기념일 가석방 땐 대상이 무기·장기수감자까지 확대됩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일반 가석방 때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상정된 장기수감자 수는 0명이었지만, 올해 광복절과 부처님 오신 날 가석방 땐 상정된 장기수감자가 각각 83명, 65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민족 고유의 명절은 ‘기념일’에 포함되지 않는 걸까요? 가석방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에 물어봤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2005년 관련 규정을 만든 사람이 현재 법무부에서 일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매달 가석방이 이뤄지다 보니, 기념일이 끼리 시차를 둬서 설날과 추석을 빼고 두 달에 한번 꼴로 기념일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석방을 주제로 논문을 쓴 류병관 창원대 법학과 교수도 “분기 별로 겹쳐 명절을 제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설날이 들어가면 크리스마스 가석방, 추석이 들어가면 광복절 가석방과 지나치게 가까워진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2월(3·1절), 5월(부처님 오신 날), 8월(광복절), 10월(교정의 날), 12월(크리스마스)로 기념일 가석방은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씩 간격을 두고 이어집니다. 여기에 설날(1·2월)이나 추석(9·10월)이 끼면 특정 분기에 기념일 가석방이 집중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설날과 추석은 음력으로 정해지다 보니 해당하는 달이 변경될 수 있어 행정 편의상 빠졌을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옵니다.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 이길우 기자
그렇다면 음력 4월8일이라 매달 변동되는 부처님 오신 날은 왜 기념일에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석방 업무지침에도 ‘(가석방 날짜는) 부처님 오신 날이 속한 월에 따라 조정 가능’이란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사실 법무부는 ‘기념일 가석방’ 자체를 폐기하려 했습니다. 1994년 5월11일치 <한겨레> 기사를 보면, 법무부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해마다 실시하던 기념일 가석방 폐지를 검토합니다. “석방 인원을 늘리는 바람에 가석방자가 출소 뒤 재범하는 일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다른 신문 기사를 보면 “앞으로 3·1절·광복절·개천절·성탄절 등을 전후로 실시해온 특별가석방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실시되지 않게 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처는 ‘하필이면 부처님 오신 날부터 특별가석방을 폐지하느냐’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 그러는 건가’라는 반발로 하루 만에 꺾이고 맙니다.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곧바로 “앞으로도 국경일과 경축일이 들어있는 달에는 가석방대상자를 다소 늘리고 가석방 날짜도 기념에 맞출 계획”이라며 정책을 수정합니다. ‘부처님’이 ‘기념일 가석방’을 살린 셈입니다. 11년 뒤인 2005년, 법무부는 ‘가석방 업무지침’을 제정해 기념일을 다섯 개로 못 박습니다. 이 때까지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개천절 가석방과 추석 가석방 등은 가석방 업무지침 제정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2021년 들어 법무부는 교정기관 과밀화 해소와 모범수감자의 조기 사회 복귀 등을 위해 가석방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5월, 법무부는 형기 80% 이상 경과 수감자에 대해 통상 허가되던 가석방 복역률 심사기준을 5% 이상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모범수감자들이 추석 명절을 잘 보낸 뒤, ‘기념일’인 교정의 날(10월 28일)에 무사히 사회에 복귀해 적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Adblock test (Why?)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광복절' 가석방은 있는데, 왜 '추석' 가석방은 없을까요?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
https://ift.tt/3EylpsE
대한민국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광복절' 가석방은 있는데, 왜 '추석' 가석방은 없을까요?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