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마스크를 쓰고도 분진을 마시며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개했던 평화시장의 창문 없는 봉제노동 현장과 도대체 뭐가 다릅니까?”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오늘날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50년 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사회관계망(SNS) 등에 공유되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진 속 노동자는 분진이 가득한 일터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스크를 썼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코와 입 주변이 온통 새카맣게 변해있다. 또다른 사진에선 이 노동자가 쓰고 있던 마스크가 안쪽까지 새카맣게 변했다. 일터의 환경이 극도로 나쁜 데다가 마스크마저 방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노동자들이 분진을 거의 그대로 들이마시며 일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속 노동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 소속으로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이 업체 소속 노조 조합원인 40여명은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하루 7시간40분 파업에 돌입했는데, 이들의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마스크 문제가 여러 사람의 공분을 사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엔진도 제작하는데, 엔진 제작 과정에서 쇳가루, 유리가루 등 많은 양의 분진이 나온다. 소재공장의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맡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가운데 ‘집진기’ 담당인 12명이 마스크 한 장만 쓰고 이처럼 분진이 가득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애초 이들에게 쓰리엠(3M) 방진 마스크를 지급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를 품질이 좋지 않은 마스크로 바꾸었다. 노동자들이 “분진이 다 들어와 작업하기 너무 힘이 든다”며 기존 마스크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하청업체는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애초 “작업자 1인 기성금 560만원에서 개인당 지급되는 건 꼴랑 200만원 뿐”이고, “공장에 상주하는 업체인데도 통근버스를 탈 수 없고,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매일 보안대 검색을 거쳐 방문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등 기본적으로 열악한 처우에다 노동 환경 문제까지 겹치며, 결국 파업에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오늘날의 노동 현실이 1970년 평화시장과 다를 것이 없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전태일 열사 50주기 논평을 내면서 이 사진을 싣고,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에 훈장을 추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묘소 참배를 하며 ‘친노동’을 부각하려 하는데, 이 사진에 대한 답을 해보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최원형 선담은 기자
circle@hani.co.kr
마스크에 따라 분진 흡입량이 달랐다. 가운데 가장 까맣게 된 마스크가 현재 하청업체가 지급한 마스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소재부 작업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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