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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감독 강화'는 한계, 문 대통령 중대재해법 결단을 -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감독 전담조직 구성 등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감독 전담조직 구성 등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기 바란다”며 “건설현장 안전감독 전담 조직을 구성해 중소 건설현장을 밀착 관리하고, 지자체와 상시적인 현장 점검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 사고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에 철저히 대응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시의적절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현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 해 2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재를 안전감독 강화만으로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을 300명 가까이 증원해 중소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안전 설치 비용 등 재정 지원도 늘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문 대통령은 건설현장에 견줘 감독인력이 부족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법을 통한 구속력 있는 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처럼, 산업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기업과 사업주 등을 형사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게 산재 사망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해법이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여전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사이에서 좌고우면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명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을 30년 만에 전면 개정해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전체 산재 사망자 수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산안법 개정은 한계가 분명하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재계의 반발 때문에 정부·여당이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의심한다.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지시는 그것대로 추진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는 게 맞다고 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이미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제 대통령이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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