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이은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 시간 헌법재판소는 8촌 이내 '근친혼'의 혼인을 금지하고 혼인을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의 위헌 여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지난 1997년 동성동본 혼인금지를 위헌으로 선언했던 헌법재판소,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 법률전문가와 짚어보겠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변호사님, 앞서 전해 드리긴 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내용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에 결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과 관련된 거죠? 현재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습니까?
[이은의]
과거에 동성동본 금지가 법률이 있었다가 이제 그게 근친혼 금지로 규정이 바뀝니다. 민법 809조에서는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고요. 그리고 현재 민법 815조 이후에서 혼인의 무효사유 중 하나로 이 부분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구인의 경우에 이 부분이 지금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이라든가 혼인의 자유의 부분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그러니 이 부분을 다퉈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게 개정이 된 게 2005년에 그렇게 된 거죠?
[이은의]
그렇습니다. 1997년에 동성동본 간 혼인을 금지하는 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서 이후에 2005년에 관련 조항이 있었던 809조 부분을 근친혼 금지 부분으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다른 나라랑은 다르게 1촌, 2촌, 3촌, 4촌 이렇게 쭉 촌수를 가까운 데서부터 먼 데까지를 숫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8촌 이내에서는 혼인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까지 하게 된 과정에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가 하더라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이은의]
일례로 A씨와 B씨 이렇게 나눠서 놓고 보자면 A씨와 B씨가 결혼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6촌지간이었던 겁니다. 6촌 지간에서 혼인을 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당사자가 우리는 6촌지간이라 이 혼인은 무효였어라고 혼인무효 청구를 한 거죠. 그랬는데 한쪽 당사자는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가정법원에서 다투면서 이제 이 과정에서 이게 헌법 위헌법률이다. 809조와 815조에 있는 민법상 조항에 위헌의 여지가 있으니 이걸 위헌법률로써 다뤄달라고 해서 신청을 했는데 이게 다 받아들여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 그 소송에서는 모두 패하였고요. 다만 그러니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 헌법소원으로 이게 지금 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소원을 낸 겁니다.
[앵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공개변론을 한다는 형식, 이 자체가 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들어보겠다, 이런 취지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은의]
그렇죠. 왜냐하면 헌법소원, 위헌법률제청 이런 건 굉장히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통상 간통죄 폐지할 때도 그렇고 낙태와 관련된 죄를 형사상 어떻게 처벌하고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 할 때도 이 부분을 계속 공개변론으로 가져간 이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공개변론한다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해 주겠다, 이런 걸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게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8촌이라는 게 제가 생각해 보니 최근에 보고있는 친인척 중에는 8촌이라는 친척이 없는 거예요. 사실 6촌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주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시고 뭔가 좀 더 장손이니 장자니 이런 개념들로 명절행사가 진행되고 할 때는 본 것도 같은 사람들인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기억에는 없는 사람들인 거죠. 그러니까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군가에게는 8촌은 친족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알 수도 없는 관계의 사람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이 부분은 혼인관계를 어떻게 봐야 될 것인가가 분분하고 만약에 혼인한 경우에 이걸 무효로 일방이 항상 언제든지 이걸 무효화할 수 있다면 다른 일방, 혼인을 유지하고 싶은 일방에게는 상속권 침해라든가 여러 가지 신분에 불이익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지금 그런 부분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시점에서는 양자 간의 이야기를, 법무부 쪽의 이야기와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걸 같이 담론해야 할 시작점에는 와 있다 정도는 인정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주요 쟁점을 짚어주셨는데 8촌이라고 하면 사실 크게 와닿지 않기도 하거든요. 이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신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이은의]
예를 들면 저의 사촌이 아이를 낳으면 저하고 5촌인 거예요. 그런데 저의 할머니의 사촌의 손주쯤 돼야 그래야 한 8촌쯤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가 대가족을 이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양가에 살아 계시고 그게 서로 형제지간이 다 각자의 밑에 있는 자녀들과 손주들을 다 모아서 행사를 하고 할 때는 볼 수 있는 가족이지만 오늘날 도시에서의 삶을 살펴보면 그 정도의 관계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거죠.
[앵커]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좀 더 쉬울 것 같아서. 지금 말씀하신 걸 해 보면 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저의 손자와 저의 사촌동생의 손녀가 8촌관계 정도 이렇게 되는 건가요, 저희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은의]
그렇죠. 기준으로 한다면 그런 건데. 왜냐하면 위로, 아래로 놓고 볼 때는 1촌씩 되는 거고 형제, 자매가 2촌으로 숫자적으로는 그렇게 환산됩니다. 그러니까 당장 잘 생각해 보면 그나마 보는 인척관계는 한 5촌 정도가 최대한 범주일 확률이 높은 거죠. 그러니까 사촌의 자녀 정도. 내 사촌형제의 자녀 정도는 보겠지만 그 후에 다시 자녀의 자녀, 자녀의 사촌 이렇게 보게 되겠는가. 보면서 살게 되겠는가. 가족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회의적인 부분이 사실 존재합니다.
[앵커]
선뜻 8촌이라는 개념이 지금 변호사님과 저희가 얘기할 때도 선뜻 계산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런데 8촌이라고 일단 우리 민법상에는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 같은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이은의]
외국 같은 경우는 그 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그러니까 이게 한자나 영어로 나와 있는 개념으로는 집합명사적인 개념으로 친족을 쓰고 있고. 우리는 친족관계를 친소 부분으로 1, 2, 3, 4, 5, 6, 7 이렇게 쭉 나와고 있는데 그렇지만 근친혼 금지 부분에서 우리가 굉장히 엄격한 것은 사실입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에는 한 3촌 이상이면 혼인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고 있고요. 일본이나 미국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딱 떠올려봤을 때 생각나는 유럽국가 대부분은 한 4촌 이상이면 혼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단 해외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는 근친혼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이은의]
그렇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1997년에 동성동본 금지를 했던 법조항을 근친혼 금지로 가져오면서 조금 그래도 넓게 인정한 부분이 있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문중이라든가 종중이라든가 이런 개념들이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거에 근거해서 한 8촌 정도면 어떤 제례라든가 이런 것에 참여하면서 보고 사는 친족의 바운더리에 있지 않냐, 이렇게 봤던 상황이었고요. 그때로부터 15년 정도가 다시 또 지났는데 사실 당시에도 고민이 되는 담론이 많았던 지점인데 이제 시간이 더 지나다 보니까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그러니까 좀 더 개별적인 침해를 받는, 기본권에 침해를 받는 개인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중인 겁니다.
[앵커]
변호사님, 그런데 이렇게 법무부의 입장이 그래픽을 통해서 나가고 있는데. 이런 민법조항, 근친혼 금지 민법조항을 유지하는 측에서도 나름의 근거가 있는 거지 않습니까?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교적인 전통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근친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고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문제점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이은의]
결국은 서로 대립하는 지점들의 쟁점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우선 유전학, 생물학적으로 불이익이 있다. 어떤 자녀들에게서 유전병이라든가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근친혼의 경우에. 이런 이야기들에 대한 한쪽에서는 우려를 하는 거고 한쪽에서는 사실상 사촌 이상으로 넓어지는 이후의 혼인관계들을 보면 사실은 근친과 상관없는 혼인에서 나타나는 정도의 비율과 유전병 발생이나 장애아동의 출산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사실은 같은 쟁점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고요.
[앵커]
혈족끼리 계속 근친혼을 하다 보면 열성유전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이은의]
그런데 그게 보통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한 사촌 이내의 상황에서는 그런 확률이 있고 하지만 그 부분을 벗어나고 나면 사실상 크게 유의미한 지수가 아니지 않느냐, 이게 이 법이 위헌이라고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친족, 어떤 가족의 개념 혹은 혼인의 개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과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는데요. 왜냐하면 친족이라는 개념이나 혼인의 개념은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개념이다 보니까 같은 사회 안에서도 격차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요. 세대간에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부분에 대해서 유지가 돼야 된다고 하는 쪽에서는 경험적인 측면이라든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적인 측면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의 입법 예를 가지고 우리의 것을 판단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법률은 아직까지 유효하고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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