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서 딸 잃었던 이응순씨
유전자 검사로 미국 입양 딸 찾아
국외 입양인 가족찾기 첫 결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윤상애(47)씨가 44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들과 화상통화로 만났다. 경찰청 제공
“상애야, 너를 만나서 소원을 풀었어. 너를 못 만났으면 죽어도 눈을 못 감았을 거야.” 44년 전 잃어버린 딸을 모니터 너머로 마주한 이응순(78)씨는 목이 메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마저 눈물로 젖어들었다. “마스크 벗으셔도 괜찮아요.” 동석한 경찰관의 말에 그제야 이씨는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내렸다. 눈물이 흐르지만 얼굴은 웃음으로 환하게 빛났다. “보고 싶어요, 엄마.” 세살 때인 1976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외할머니의 손을 놓친 뒤 미국에 입양돼 살아온 윤상애(47·현지 이름 데니스 매카티)씨가 낯선 모국어로 더듬더듬 화답했다.
윤상애씨가 입양된 뒤 어릴 때 가족과 찍은 사진. 경찰청 제공
이들 가족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화상통화로 반백년 만에 다시 만났다. 미국 버몬트 주에 사는 상애씨가 한국에 올 수 없어 만남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이씨는 호적 서류를 보여주며 가족들이 잃어버린 딸을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가족은 44년 동안 호적에 상애씨를 그대로 남겨뒀다. 상애씨를 꼭 닮은 쌍둥이 언니 상희(47)씨도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는 절대 널 버린 게 아냐. 매일매일 널 찾고 있었어.” 가족은 상애씨가 실종된 뒤 그를 애타게 찾았다고 한다. 남대문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채워가며 전단을 붙였지만 허사였다. 결국 가족은 상애씨를 잃어버린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를 기다려왔다. 어머니는 남대문시장에서 한복집을, 오빠는 복권방을 열어 생업을 이어온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일까 했는데 못 만났어. 낯선 곳에서 말도 안 통하고 다 낯설었을 텐데 미안해.” 눈물을 훔치며 이씨가 말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1월부터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시행한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한 첫 상봉 사례다. 상애씨와 같은 국외 입양인이 국내에 입국하지 않고도 재외공관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가족을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종 뒤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던 상애씨는 최근 보스턴의 주미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 유전자를 제공했고, 외교부가 이를 경찰청에 보내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이씨는 “끝까지 딸 찾기를 포기하지 않아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이 소식이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958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등 14개국에 16만7547명의 아동이 입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13개국 34개 공관에서 유전자 채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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